알량한 말 바로잡기
(1162) 지인 1
물론 몇몇 지인들이야 있었지만, 내가 옮기고자 한 지역은 아니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125호(2006.10.) 59쪽
몇몇 지인들이야 있었지만
→ 몇몇 아는 사람들이야 있었지만
→ 몇몇 사람을 알았지만
→ 아는 사람이 몇몇 있었지만
…
한국말사전은 역사사전이 아닙니다. 인물사전도 아닙니다. 백과사전도 아닙니다. 백과사전은 백과사전다워야 하고 인물사전은 인물사전다워야 합니다. 역사사전 또한 역사사전다워야겠지요.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사전답게 올림말을 고르고 말풀이를 가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 사전은 저마다 제구실을 못한다고 느낍니다. 이 가운데 한국말사전처럼 제구실을 못하는 사전은 없다고 느낍니다. 정작 다루어야 할 낱말풀이와 보기글 쓰임새는 아무렇게나 달거나 돌림풀이(순환정의)가 되기 일쑤이고, 바탕 낱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갈피를 못 잡습니다. 한겨레가 예부터 쓰던 낱은 업신여기고 한자말을 우러르는 데다가, 프랑스 역사학자와 영국 철학자 이름까지 실으니, 이 무슨 한국말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말사전을 살펴보면, 모두 여덟 가지 한자말 ‘지인’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쓰는 지인은 몇 가지가 될까요? ‘至人’이나 ‘至仁’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말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요? 이런 말을 한국말사전에서 다루어야 할까요?
“아는 사람”을 뜻하는 ‘知人’ 하나만큼은 한국말사전에 실을 수 있다고 할 분들이 있을 텐데, ‘知人’ 또한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사전에 이 낱말을 싣는다고 한다면 ‘외국말’로 실어야지 ‘한국말’로는 실을 수 없습니다.
그 친척과 지인 관계까지도 (x)
그 친척과 아는 사람까지도 (o)
“아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한자말 ‘知人’을 받아들여서 쓰는 일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을 가리키는 한국말은 ‘아는 이’나 ‘아는 사람’일 뿐입니다. 또는, ‘이웃’이나 ‘동무’입니다.
덕이 높으면 덕이 높다고 할 일이고, 마음이 어질면 어질다고 할 일이며, 마음이 따뜻하다면 따뜻하다고 할 일입니다. 우리한테는 ‘지인(遲引)’도 ‘지연(遲延)’도 아닙니다. ‘늦어지다’나 ‘질질 끌다’나 ‘더디어지다’입니다. 한국말사전이 한국말사전 구실을 제대로 못하니, 올림말이 엉망이면서 사람들 말씀씀이마저 엉망이 됩니다. 4339.10.26.나무/4341.8.1.쇠/4347.6.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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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몇몇 사람을 알았지만, 내가 옮기고자 한 곳은 아니었다
‘지역(地域)’은 ‘곳’으로 고쳐씁니다. ‘물론(勿論)’은 ‘뭐’나 ‘그럭저럭’이나 ‘이래저래’나 ‘두말할 것 없이’로 손볼 만한 낱말인데, 글흐름으로 본다면 ‘아무튼’이나 ‘그래서’나 ‘그러니까’를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지인(至人) : 더없이 덕(德)이 높은 사람
지인(至仁) : 더없이 인자함
지인(知人)
(1) 아는 사람
- 도현의 가족뿐 아니라 그 친척과 지인 관계까지도 세밀히 파악하고
(2) 사람의 됨됨이를 잘 알아봄
지인(知印) : [역사]고려 시대에, 중서문하성과 도평의사사에 속한 구실아치
지인(指印) = 지장(指章)
지인(智仁) : [역사] 통일 신라 시대의 중
지인(智印) : [불교] 보살의 지혜(智慧)를 나타내는 표지인 인계(印契)를 통틀어 이르는 말
지인(遲引) = 지연(遲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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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606) 지인 2
얼마 전 지인에게서 가정 폭력 문제가 있는 어느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루리-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북극곰,2014) 341쪽
지인에게서
→ 아는 사람한테서
→ 어떤 사람한테서
→ 이웃한테서
→ 동무한테서
…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말 그대로 “아는 사람”일 테지요. 그러면 ‘이웃’은 누구일까요. 말 그대로 ‘이웃’일 테지요. 이웃 가운데 아주 가까운 사이를 ‘이웃사촌’이라고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이웃이라 해서 모두 가깝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나와 가까운 곳에서 사는 사람을 이웃이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는 사람”이란 ‘이웃’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아는 사람”일 때에는 ‘알음알이’라고 합니다. 꽤 많이 가까운 “아는 사람”일 적에는 ‘몸알리’라고 해요. 허물이 하나도 없이 매우 가까운 사이인 “아는 사람”이라면 ‘너나들이’입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우리는 어떤 사람을 얼마나 알까요. 그리고,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얼마나 아는가요. 4347.6.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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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앞서 이웃한테서 ‘식구한테 주먹다짐을 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얼마 전(前)”은 “얼마 앞서”로 다듬습니다. “가정(家庭) 폭력(暴力)에 문제(問題)가 있는”은 그대로 둘 수 있을 테지만 “식구를 때리는”이나 “식구한테 주먹다짐을 하는”으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어느 가족(家族)에 관(關)한 이야기”는 “어느 식구 이야기”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