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4) -의 : 어른들의 모습

여러분은 위에 나열된 어른들의 모습에 몇 가지나 해당하나요 … 통쾌했던 이유는 그의 작품이 어린이의 눈으로 어른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어리석으며 이기적인지를 통렬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루리-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북극곰,2014) 340쪽

 어른들의 모습
→ 어른들 모습
→ 어른들이 보여주는 모습
→ 어른들한테서 드러나는 모습
 …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어떤 말을 쓰면서 살아가는지 돌아봅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즐겁게 보고 배우면서 물려받을 만한 말을 쓰는지, 그냥저냥 익숙한 대로 아무 말이나 쓰는지 곱씹어 봅니다.

  숲을 바라보면서 누구나 이렇게 말합니다. “저 숲을 봐.” 하고요. 때로는 “저 숲 모습을 봐.”라든지 “저 숲의 모습을 봐.”처럼 말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저 모습을 봐.”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어른은 어느 때에 ‘-의’를 붙여서 말하지만, 어떤 어른은 어느 때이든 ‘-의’를 안 붙여서 말합니다. 보기글과 엮어서 찬찬히 살펴봅니다.

 저 숲을 봐 - 앞서 적은 어른들 가운데 몇 가지나 (o)
 저 모습을 봐 - 앞서 적은 모습 가운데 몇 가지나 (o)
 저 숲 모습을 봐 - 앞서 적은 어른들 모습 가운데 몇 가지나 (o)
 저 숲의 모습을 봐 - 앞서 적은 어른들의 모습 가운데 몇 가지나 (x)

  숲을 보면서 묻기에 굳이 ‘숲’이라는 낱말을 안 넣어도 됩니다. 보기글에서도 앞서 여러 가지 어른들이 어떤 모습인가를 밝혔으니 ‘어른’이라는 낱말을 안 넣어도 됩니다. 그러면 ‘-의’는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두 가지 보기글에서는 ‘숲’과 ‘어른’이라는 낱말만 넣을 수 있습니다. 숲을 가리키고 어른을 가리킬 적에 ‘어떤 모습’인가를 묻는 만큼, 굳이 ‘모습’이라는 낱말을 안 넣어도 돼요. 이때에도 ‘-의’는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보기글에서 ‘어른’과 ‘모습’을 함께 쓰고 싶다면 “어른 모습”이나 “어른들 모습”으로 적으면 됩니다. 이를테면, “저기 네 동생 모습을 봐(저기 네 동생을 봐/저기 좀 봐/저기 저 모습을 봐)”처럼 적으면 돼요.

  자꾸 ‘-의’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의’를 넣고 맙니다. 이러한 토씨를 쓸 일이 없다고 느끼면 어느 자리에든 쓸 일이 없습니다. 어른들 스스로 아이들 앞에서 아름답게 말하고 사랑스럽게 이야기꽃을 피우겠다고 생각을 하면, 한국말은 언제나 새로우면서 환하게 거듭날 수 있습니다. 4347.6.29.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여러분은 앞서 적은 어른들 모습에 몇 가지나 드나요 … 시원했던 까닭은 그가 쓴 작품이 어린이 눈으로 어른들이 얼마나 거짓스럽고 어리석으며 저만 생각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위에 나열(羅列)된”은 “앞서 적은”으로 고칩니다. 글에서는 위나 아래가 없습니다. ‘앞’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해당(該當)하나요’는 ‘드나요’나 ‘들어맞나요’로 다듬고, “통쾌(痛快)했던 이유(理由)”는 “시원했던 까닭”으로 다듬습니다. “그의 작품”은 “그가 쓴 작품”이나 “그가 선보인 작품”으로 손보고, “어린이의 눈으로”는 “어린이 눈으로”로 손봅니다. ‘위선적(僞善的)이고’는 ‘거짓스럽고’나 ‘겉으로만 착한 척하고’로 손질하고, ‘이기적(利己的)인지’는 ‘저만 아는지’나 ‘저만 생각하는지’로 손질하며, ‘통렬(痛烈)하게’는 ‘날카롭게’나 ‘매섭게’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