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값 책읽기
그제였지 싶다. 서울에 네 식구가 마실을 와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참 힘들었다. 아주 힘겹게 잡았다. 우리 식구 앞에서 택시를 멈추어 준 분은 내가 앞자리에 앉으니, 대뜸 묻는다. “외국사람 아니었어요?” 나는 방그레 웃으며 말한다. “외국사람 아니니 한국말을 하지요.” 나를 보며 외국사람이라고 묻는 말을 스무 살 적부터 들었다. 올해 내 나이가 마흔 살이니, 지난 스무 해 동안 나는 길거리에서 으레 ‘외국사람’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나를 외국사람 아닌 한국사람으로 보았다면 택시를 안 멈추어 주었을까. 설마 그랬을까 싶지만, 참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우리 시골집에는 거울이 없어 거울을 안 보고 사는데, 게다가 나는 스무 살 적부터 거울을 안 보고 살았는데, 남이 보는 내 얼굴은 이럭저럭 ‘볼 만한’ 얼굴이겠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무슨 말인가 하면, ‘볼 만한’ 얼굴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얼굴? 외국사람 같은 한국사람 얼굴? 그냥 외국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얼굴? 재미난 얼굴? 하하하. 참말 모처럼 크게 웃는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