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버지한테 묻다



  두 아이를 데리고 인천에 나들이를 온다. 두 아이는 일산부터 인천까지 가는 긴 전철길을 잘 견디어 준다. 그러나, 견딘다기보다는 잘 왔다. 나 스스로 아이들이 ‘견딘다’고 여기지 않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러 님들 가운데 하나인 큰아버지한테 가는 줄 알고 씩씩하게 기운을 내 주었다.


  큰아버지는 이녁 집에 있는 텔레비전을 켜 줄 뿐 아니라, 감귤주스도 그득 따라서 준다. 우리 집에서는 도무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재미있는 숨결인지, 감귤주스를 한 잔만 마시고 그 뒤부터는 물만 찾는다. 달콤하며 시큰한 주스보다는 목마름을 풀어 주는 물을 좋아한달까.


  너무 마땅하게도, 아이들한테는 아무것도 억지로 집어넣을 수 없다. 아이들은 언제라도 제 마음을 환히 드러내기 마련이다. 내가 아이들을 다그친들, 둘레에서 아이들을 다그친들, 아이들이 정작 하고픈 무언가 있다면 언제라도 터뜨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바깥마실을 나올 적에, 아이들한테 물만 먹이지 않는다. 집에서도 물만 먹이지는 않는다. 언제나 아이들한테 찬찬히 말로 알려준다. 물은 무엇이고 다른 마실거리는 무엇인지 알려준다. 사이다나 콜라를 얻어서 마실 적에는 반드시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알리라고 말한다. 마시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제대로 마시면서, 어떤 마실거리이든 너희 몸에 사랑스러운 빛이 되도록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 큰아버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와 똑같다’고,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어느 모로 보더라도 나와 똑같다고 말한다. 나도 잘 알던 대목이지만, 옆에서 우리 형이 이렇게 말하니, 참말 더는 어찌할 길이 없는 노릇이다. 그래, 너희도 아버지도 언제나 예쁜 사람으로 살아야지. 너희도 아버지도 살가우며 사랑스러운 넋으로 언제나 새 하루를 맞이해야지.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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