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 친구가 샘내는 책 1
우슐라 두보사르스키 지음, 앤드류 조이너 그림, 노경실 옮김 / 푸른날개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99



‘퐁’과 ‘풍덩’ 사이에서

― 풍덩

 우슐라 두보사르스키 글

 앤드류 조이너 그림

 푸른날개 펴냄, 2009.9.1.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곳에서 사는 두 사람이 빚은 그림책 《풍덩》(푸른날개,2009)을 읽습니다. 우슐라 두보사르스키 님 글과 앤드류 조이너 님 그림이 어우러집니다. 숲속에 있는 못에 능금이 한 알 퐁 떨어지면서 생긴 일을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숲짐승한테 낯선 소리를 듣고는 어쩌면 크게 잘못되거나 저희를 괴롭힐 누군가 찾아오지 않았을까 걱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숲속 짐승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놀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들도 그렇지요. 쿵 하고 떨어지거나 쨍그랑 하고 깨질 적에도 사람들은 놀라요. 또는, 사람들 귀에 익숙하지 않은 어떤 소리가 크게 나면 두려움에 떨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소리가 나든 큰 소리가 나든 궁금하게 여기면서 살그마니 살필 수 있어요. 두려움이나 무서움이 아닌 궁금함이라면 근심이나 걱정이 없어요. 이때에는 즐거움이나 새로움이라는 느낌으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 파란 하늘, 호숫가에는 잘 자란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가지 끝에 매달린 동그랗고 빨간 사과. 바람이 살랑살랑. 빨간 사과가 흔들흔들흔들 ..  (4쪽)



  그림책 《풍덩》을 보면 온갖 짐승이 귀엽게 나옵니다. 여우는 꽃을 꺾습니다. 토끼는 못가에서 케익을 먹습니다. 토끼가 케익을 먹는다니? 말이 되나? 네, 말이 안 됩니다. 토끼가 어떻게 케익을 먹나요. 게다가 숲에 무슨 케익이 있겠어요? 그런데, 곰은 더 웃깁니다. 곰은 해바라기를 하면서 얼음커피인지 얼음콜라인지 마셔요. 게다가 빨대까지 꽂은 유리잔인지 플라스틱잔을 손에 들지요.


  능금이 못에 떨어진 소리에 놀란 짐승을 보아도 재미있거나 웃깁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이니 캥거루가 나올 만하지만, 캥거루하고 코뿔소와 코끼리가 나란히 나와요. 무늬범과 범과 원숭이와 박쥐가 나란히 나옵니다. 여기에 말코손바닥사슴이 함께 나옵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어우러지지 않는 숲짐승’ 모습을 놓고 따질 일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박쥐가 밤이 아닌 낮에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원숭이가 사람처럼 등을 꼿꼿이 펴고 두 발로 걸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리라 봅니다.



.. 여우가 달아나는 토끼들을 불렀습니다. “얘들아, 왜 그렇게 달려가니?” 토끼들은 멈추지 않고 소리쳤습니다. “여우야, 너도 빨리 달려!” “호수에서 무시무시한 풍덩 소리가 났어!” ..  (8쪽)



  못에 능금이 떨어지며 내는 소리와 얽힌 옛이야기는 아마 겨레나 나라마다 다 있지 싶어요. 그림책 《풍덩》은 오스트레일리아답게, 또 요즈음에 맞게, 새롭게 꾸민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그림결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게 엮었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나는 토끼들이 ‘당근이나 능금을 속살만 얼추 베어서 먹은 뒤 버린’ 모습이 못마땅합니다. 참말 토끼가 이렇게 먹을까요? 토끼가 왜 당근을 ‘위쪽 잎사귀가 하나도 없는’ 채 먹을까요? 수퍼마켓에서 파는 모습 같은 당근을 먹는 토끼일까요?


  토끼는 풀짐승입니다. 토끼는 풀을 먹습니다. 토끼는 풀을 남기면서 먹지 않습니다. 다 먹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토끼는 ‘케익은 빈틈없이 다 먹’지만, 당근과 능금은 속살만 베어 먹고 버립니다.



- 호숫가에서 즐겁게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23쪽)

→ 못가에서 즐겁게 점심을 먹습니다


- 나도 달아나는 게 좋겠어 (9쪽)

→ 나도 달아나야겠어


- 덩달아 달아나기 시작했지요 (11쪽)

→ 덩달아 달아납니다


- 동물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풍덩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13쪽)

→ 동물들은 한숨도 쉬지 않고 풍덩이 무서워 달아났습니다



  물에 빠지며 나는 소리는 여럿입니다. ‘퐁’과 ‘풍’이 있으며 ‘풍덩’과 ‘퐁당’이 있습니다. 능금 한 알은 어떨까요. 능금 한 알은 무거울까요, 가벼울까요. 토끼들이 능금알을 한손에 쥐고 가볍게 먹는다면, 능금알은 ‘안 무겁다’고 여길 만하겠지요. 그러면, 능금알이 물에 빠진다고 할 적에 나는 소리는 ‘크지 않’겠지요.


  다만, 그림책에서는 생각날개를 펼쳐 ‘능금이 못에 떨어지며 나는 소리가 아주 클 뿐 아니라 무시무시하다’고 여기도록 보여줄 수 있습니다. ‘풍덩’쯤 되어야 숲짐승이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면서 내뺄 만할 테니까요. 그러나, 능금알은 ‘퐁’ 소리가 나도록 물에 떨어질 뿐입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문학을 하는 분이 옮겼으나, 아이들 눈높이에 걸맞지 않은 낱말과 말투가 곳곳에 있습니다.



- 동물들은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13쪽)

→ 동물들은 그저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 곰은 화가 나서 (17쪽)

→ 곰은 부아가 나서


- 하지만 지금 당장 곰에게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21쪽)

→ 그렇지만 바로 여기에서 곰한테 잡아먹히기보다는


- 녀석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23쪽)

→ 녀석은 참말 어디 있느냐


- 물속으로 떨어지는 소리인 것을 알게 됐거든요 (27쪽)

→ 물속으로 떨어지는 소리인 줄 알았거든요



  우리 어른들은 한자말로 자꾸 ‘호수(湖水)’를 말하지만, 한국말은 ‘못’입니다. 곰은 ‘화(火)’가 아닌 ‘부아’나 ‘골’이 납니다. “먹고 있었습니다”나 “달아나기 시작했지요” 같은 말투는 부디 어린이문학부터 걸러내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한국말을 올바로 익히도록 돕는 그림책 노릇을 하도록 마음을 기울여 주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그대로 배웁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본 아이들은 능금이나 배나 돌을 물에 떨어뜨려 볼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떨어뜨릴 적에 ‘퐁’이나 ‘풍’ 소리가 나더라도, 막상 이런 소리를 이 소리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림책에서 본 대로 ‘풍덩’이라고만 말할 수 있어요. 때로는 ‘퐁당’일 텐데, 소리를 엉뚱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풍덩’은 사람쯤 되는 커다란 짐승이 물에 뛰어들 적에 나는 소리입니다. 4347.6.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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