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로 읽는 책, ‘이야기’로 누리는 책
누구나 책을 읽는다.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면서 정보를 얻고, 누군가는 책을 읽는 동안 이야기를 누린다. 정보를 다룬 책이기에 정보를 얻지 않는다. 이야기를 쓴 책이라 하더라도 어떤 이는 이야기가 아닌 정보를 느끼면서 얻으려 한다. 정보를 다룬 책이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이야기를 깨달으면서 이야기꽃을 누린다.
두 사람이 도란도란 속삭인다. 한 사람은 온갖 정보를 늘어놓는다. 한 사람은 이야기를 솔솔 풀어놓는다. 정보는 자꾸 새로운 정보를 부른다. 정보를 얻는 사람은 자꾸 새로운 정보를 찾는다. 이야기는 자꾸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야기를 누리는 사람은 늘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는다.
정보는 지식과 맞닿는다. 그래서 정보와 지식은 자격증이나 급수나 계급이나 차례를 가른다. 정보와 지식은 더 많이 갖추어야 더 힘이 있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흐른 지식이나 정보는 어느새 낡은 것이 된다.
이야기는 슬기와 이어진다. 그래서 이야기와 슬기에는 자격증도 급수도 계급도 차례도 없다. 이야기와 슬기는 더 갖추거나 덜 갖추는 틀이 없다. 하루가 흐르건 이틀이 흐르건 이야기는 늘 이야기요 슬기는 언제나 슬기이다. 이야기와 슬기는 하루가 가면 하루만큼 살이 붙고 이틀이 흐르면 이틀만큼 새롭게 빛난다.
누구나 책을 읽는다. 그러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으면서 삶을 가꾸거나 밝히는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으면서 삶을 가꾸거나 밝힐 때에 사랑이나 꿈이 자랄 수 있는가. 4347.6.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