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보는 한국말사전이든 어린이가 보는 한국말사전이든
이 세 낱말을 알아보기 좋도록 풀이한 책은
아직 한국에 없습니다.
거의 비슷하게 쓰거나 똑같이 쓰기 때문일까요?
그러나 세 낱말은 여러모로 닮기는 했어도
똑같지 않고, 다른 느낌과 빛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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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이미·어느새
→ “내 키가 벌써 이만큼 자랐어요”는, 생각보다 빠르게 키가 자랐다는 뜻입니다. “내 키가 이미 이만큼 자랐어요”는, 키가 이만큼 자란 지 한참 되었다는 뜻입니다. “내 키가 어느새 이만큼 자랐어요”는, 스스로 느끼거나 알지 못하는 동안 키가 자랐다는 뜻입니다. 더 살피면, ‘이미’와 ‘미리’는 비슷하다 싶은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낱말에서 ‘이미’는 지난 어느 때에 다 끝난 일을 가리키고, ‘미리’는 지난 어느 때에 다 끝냈어야 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한편, “이미 먹은 밥”은, 다 먹어서 이 자리에 없는 밥을 가리켜요. “미리 먹은 밥”은, 나중에 바쁘다거나 없어지리라 여겨 일찌감치 먹은 밥을 가리킵니다.
벌써
1. 생각보다 빠르거나 일찍
- 보글보글 소리가 나니, 밥이 벌써 다 되는가 보다
- 저녁쯤에 올 줄 알았더니 벌써 왔구나
- 벌써 오슬오슬 찬바람 부는 겨울인 듯하다
2. 한참 앞서
- 할아버지는 새벽에 벌써 밭을 다 매셨다
- 설거지는 벌써 다 해 놓았지
- 내가 탈 버스는 벌써 떠났구나
3. 아주 많은 나날이 지나갔다고 느낄 적에 쓰는 말
- 우리가 벌써 열 살이로구나
- 우리 집 마당에 아왜나무를 심은 지 벌써 쉰 해가 지났대요
이미
: 어떤 때보다 앞서 (지난 어느 때나 다 끝난 때를 가리키며 쓰는 말)
-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이미 늦어 문이 닫혔다
- 이미 먹은 밥을 어떻게 내놓겠니
어느새
: 알거나 느끼지 못하는 동안
- 동생은 어느새 훌쩍 자라 나보다 키가 크다
- 아침에 눈발이 날린다 싶더니 어느새 수북하게 쌓였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