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미나리 책읽기


  풀물을 짤 만한 풀을 뒤꼍에서 뜯는다. 한참 뜯다가 앙증맞도록 작은 풀이 옹기종기 돋은 모습을 본다. 너희가 왜 여기에 있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하 하고 깨닫는다. 예전에 집이 있던 자리인데, 이쪽은 뒤꼍 가운데 파인 자리이다. 비가 오면 여러 날 물이 고인다. 돌미나리는 물이 고인 곳에서 잘 자란다. 물이 고였어도 비가 그치고 해가 쨍쨍 나면 물이 마르는데, 온갖 풀이 골고루 자라면서 풀힘으로 촉촉한 땅이 되었구나 싶다. 그래서 다른 높은 자리에서는 돋지 못하는 돌미나리가 이곳에 있구나 싶다. 돌미나리가 이곳에 있으면서 다른 풀은 이곳으로 못 뻗는구나 싶다. 올록볼록한 땅은 올록볼록한 대로 여러 가지 풀이 서로 다르게 자라는 터가 되는 셈이다. 땅은 꼭 반반해야 하지 않다는 뜻이다. 풀은 풀 나름대로 어디에서든 스스로 자랄 만한 터를 찾아서 씨를 퍼뜨려서 자란다는 이야기이다.

  돌미나리도 풀물로 짠다. 그렇지만 돌미나리는 풀물로 짜기에는 아쉬워 날로 먹는다. 작은아이한테 건네고 큰아이한테 건넨다. 두 아이가 묻는다. “이 풀은 무슨 풀이야?” “응, 돌미나리.” “돌미나리?” “응. 네 몸과 이를 튼튼하게 해 줄 예쁜 풀이야.” 4347.6.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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