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닷 Photo닷 2014.6 - Vol.7
포토닷(월간지) 편집부 엮음 / 포토닷(월간지)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찾아 읽는 사진책 175


사진은 누구 곁에 있는가
― 사진잡지 《포토닷》 7호
 포토닷 펴냄, 2014.6.1.


  사진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사진은 우리 곁에 없은 적이 없습니다. 사진은 예나 이제나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찍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 찍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찍든 정물을 찍든, 또는 사진기라는 기계나 필름과 인화지라는 종이만으로 그림을 앉히든, 나 스스로 이곳에서 살기 때문에 ‘사진을 얻’습니다. 오늘 이곳에 없다면 ‘사진을 얻지 못’합니다. 실험실이나 사진관이나 현상실에서 종이와 그림을 만지작거린다 하더라도, 이 모든 곳은 지구별에 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엮어서 ‘사진을 만들’더라도 우리 스스로 이곳에서 숨을 쉬고 살아야 합니다.

  사진잡지 《포토닷》 7호를 봅니다. 만드는 사진을 하는 오혜리 님은 “너무나 익숙하고 사소한 일상의 부분들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진정한 삶의 본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업이에요. 더 이상 관심 갖지 않는 사물들을 재조립하고 변형시켜 시각적인 충격을 줌으로써 삶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죠(오혜리/31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찍는’ 사진도 ‘만드는’ 사진도 언제나 삶에서 비롯합니다. 삶에서 느끼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습니다. 삶에서 느끼는 이야기를 ‘찍’거나 ‘만들’거나 사진으로 담습니다.

  삶에서 느끼지 않으면 사진으로 담을 수 없습니다. 삶에서 느끼지 않으면 노래로 부를 수 없어요. 삶에서 느끼지 않는데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글이나 그림도, 노래나 춤도, 늘 삶으로 느끼기에 나타냅니다.






  사진학과 교수인 이경홍 님은 “사진 전공에서 예술로서의 사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유럽의 나라들은 유명한 전통 건축물을 사진가들에게 많이 찍어 두게 한다. 그것이 그 나라의 문화와 이미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다큐멘터리는 삶으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 사진에서도 원칙을 지키면 디테일이 살아나고, 그 디테일이 창조의 토대가 된다 … 작품보다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삶이고, 사진은 삶으로부터 와야 한다(이경홍/87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이경홍 님이 말하는 그대로, ‘어떤 사진’을 찍는다 하더라도 먼저 ‘삶’을 보는 눈을 익혀야 합니다. 내 삶을 보고 네 삶을 봅니다. 우리 삶을 봅니다. 사람이 누리는 삶을 보고, 풀과 나무가 누리는 삶을 봅니다. 짐승과 새와 벌레가 누리는 삶을 봅니다. 지구별에서 이루어지는 삶을 봅니다.

  삶을 보면서 사람과 사랑을 봅니다. 사람과 사랑을 보면서 이야기를 봅니다. 이야기를 보면서 빛을 보고, 빛을 보면서 사진을 봅니다.

  “윤상혁은 처음에 지인의 집을 빌리거나 배우를 섭외해 작업을 진행했지만 장소와 인물 사이의 간격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러다 실제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또는 일하는 공간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점차 그 간격은 메워졌다(박정현/42쪽).”와 같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사진은 무엇을 찍을까요. 사진은 무엇을 찍을 때에 빛날까요. 사진은 무엇을 찍어 보여주면서 ‘사진’이라는 이름을 얻을까요.





  그저 찍기에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모델을 얻기에 더 낫다 싶은 모습을 담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찍으려면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 하는 삶이 있어야 합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모델이 있어야 하기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숨결’이 있어야 합니다.

  삶이 없이 그럴듯한 모습을 찍을 때에는 사진이 되지 않아요. 사람이 없고 숨결이 없이 그럴듯한 빛을 잘 맞춘다 하더라도 사진이 되지 않아요.

  “정우성은 사진을 찍는 중간중간 내 카메라 렌즈를 향해 씩 웃는다. 나는 그 순간에 셔터를 누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웃음 속엔 사진가 친구를 향한 신뢰와 애정이 들어 있다(조선희/113쪽).”와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누가 누구를 찍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서로 믿을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에 이야기가 흐를 때에 빛이 흐릅니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서로 웃고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마음일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모델들은 자신들이 항상 사진 찍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준비된 자세를 유지하며 쇼를 준비한다. 그래서 점차 나는 무대 뒤보다 패션 하우스 앞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디나 리토브스키/69쪽).”와 같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모델은 ‘찍히는’ 사람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찍히는 사람이니 늘 ‘찍히려는 몸가짐’으로 삽니다. 찍혀야 하는 일이고, 찍혀야 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모델’한테는 삶이 무엇일까요. 사진 모델로 살아가는 사람한테서는 어떤 몸가짐이 ‘자연스러운 하루’일까요. ‘준비된 자세’란, 그러니까 ‘빈틈없이 차린 모습’은 안 자연스럽다고 해야 하고, 빈틈이 사라져서 느슨한 모습일 때에만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일본에서 사진을 찍는 권철 님은 우토로 사진을 찍기도 했고, 가부키초 사진을 찍기도 햇습니다. 그리고 한센병 환자인 ‘텟짱’을 찍기도 했어요. 권철 님은 “텟짱의 사진을 찍으며 다큐 사진가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하면서 삶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이 텟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던 만큼 이를 기록하고 싶었다(권철/83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주 마땅한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언제나 삶을 찍기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다른 사람 삶’을 느끼고, 다른 사람 삶을 느낄 때마다 새로운 빛을 배워요.

  그러면 사진에 찍히는 사람은 어떠할까요. 사진에 찍히는 사람도 ‘다른 사람 삶’을 바라보겠지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어떠한 눈빛과 마음결과 넋으로 다가오려는지를 살피겠지요. 사진을 찍는 사람도 사진에 찍히는 사람한테 ‘삶을 새롭게 느끼거나 배우도록 이끄는 빛’을 보여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손녀를 깔끔하게 차려 입히고 나오셨습니다. 자신은 옷이 지저분하다며 옆으로 비켜서시며 손녀를 크게 찍어 달라고 하시네요(황성찬/127쪽).”와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손녀를 크게 찍고 싶은 할아버지 마음은 무엇일까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할아버지 마음’을 느낍니다. 그러면, 사진에 찍히는 사람은 ‘사진을 찍는 사람 마음’을 어떻게 느낄까요. 어린 손녀가 앞으로 자라고 나서 이 사진을 들여다볼 적에는 ‘사진을 찍어서 준 사람 마음’을 어떻게 헤아리거나 느낄까요.




  하동군 공무원인 조문환 님이 펴낸 사진책 《네 모습 속에서 나를 본다》를 놓고 “빛 하나를 잘 다스려서 ‘빛나는’ 사진을 빚는 일도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훌륭하다고 느낍니다. 그렇지만 어딘가 아쉽습니다. 사진에 빛만 잘 들어오면 될까 궁금합니다. 사진은 빛으로만 찍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풀도 나무도 꽃도 빛으로는 살아가지 못합니다. 사람도 들짐승도 새도 물고기도 빛으로만 살아가지 않습니다. 빛과 볕과 살을 골고루 누릴 적에 목숨이 싱그럽습니다. 빛과 볕과 살을 함께 먹고 마실 적에 숨결이 푸릅니다. 사진도 빛뿐 아니라 볕을 찬찬히 담아서 포근하거나 따스하거나 살가운 숨결을 건사할 때에 한결 아름답지 않을까요. 사진도 빛과 볕에다가 살을 알뜰살뜰 실어서 즐겁게 노래하고 기쁘게 사랑하는 넋을 나눌 때에 더욱 눈부시지 않을까요(최종규/147∼148쪽).”와 같이 이야기하는 느낌글을 되새깁니다. 사진은 누구 곁에 있을까요? 네 곁에 있을까요, 내 곁에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 곁에 있을까요. 사진은 어떤 빛을 담을까요? 내 눈빛을 담을까요, 네 눈빛을 담을까요. 아니면 우리 눈빛을 담을까요.

  사진을 읽으면서 늘 물음표를 찍습니다. 사진은 무엇인가 하고 스스로 묻는 물음표를 찍고, 사진은 이러한가 저러한가 하고 헤아리면서 물음표를 찍습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이곳에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오늘 누리면서 느낀 사진은 오늘대로 즐겁습니다. 오늘을 보내며 이튿날 새로 맞이하는 하루일 때에는 이튿날대로 새삼스레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날마다 스스로 새로 묻고, 날마다 스스로 새로 말합니다. 언제나 스스로 새로 바라보고, 언제나 스스로 새로 만납니다. 내 곁에 있는 사진을 봅니다. 내 곁에서 숨쉬는 사진을 어루만집니다. 4347.6.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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