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멸나물(약모밀·어성초) 책읽기
우리 집 옆구리 풀밭에서 해마다 피는 흰꽃이 있다. 지난해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올해에는 아무래도 풀이름을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한참 살펴본다. 그러고 보니 너희를 뜯어서 먹을 생각은 여태 안 했구나. 너희가 여기에서 이렇게 자라는 줄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 크겠지.
꽃을 쓰다듬고 잎을 어루만진다. 어떤 맛일까. 어떤 기운일까. 얼마나 푸른 숨결일까. 이 풀포기와 꽃잎은 우리 몸에 들어와서 어떤 빛이 될까.
여러 해 지나치기만 했던 우리 집 흰꽃풀은 ‘멸나물’이라고 한단다. 다른 이름으로는 ‘약모밀’이라 하고, 한방에서 쓰는 한자말 이름으로는 ‘어성초’라 한단다. 멸나물이라는 이름으로 생각하니 퍽 먼 옛날부터 시골에서는 으레 나물로 먹으면서 곁에 두던 풀이로구나 싶다. 이런 약효와 저런 효능을 떠나서 늘 먹고 으레 즐기니, 옛사람은 몸이 아플 일이 없었겠구나 싶다. 이 풀을 이대로 먹고 저 풀을 저대로 먹으면서, 시골사람은 흙사람이 되고 풀사람이 되면서 맑은 빛으로 노래를 하는 하루를 누렸겠구나 싶다. 4347.6.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