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1. 오월에는 오월빛



  삼월에는 삼월빛을 마주합니다. 오월에는 오월빛을 마주합니다. 칠월에는 칠월빛이고, 구월에는 구월빛이며, 십일월에는 십일월빛입니다. 섣달에는 섣달빛이지요. 시골에서 살아야 달마다 다른 빛을 느끼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갈 적에도 마음을 열면 다달이 다른 ‘달빛’을 느낍니다. 날마다 다른 ‘날빛’도 얼마든지 느낍니다.


  아침저녁으로 흐르는 바람맛을 보셔요. 아침저녁으로 뜨고 지는 햇볕을 쬐셔요. 아침저녁으로 물 한 잔을 들이키셔요. 맛이 언제나 다릅니다. 결이 언제나 다릅니다.


  달빛과 날빛이 언제나 다르구나 하고 느낀다면, 내 삶빛과 이웃 삶빛이 언제나 다른 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한식구라 하더라도 저마다 삶빛이 다르고, 아이들도 저마다 삶빛이 다른 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까닭은, 나와 네가 다르고 너희와 우리가 다르며 이곳과 저곳이 다른 줄 느끼는 눈빛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나와 네가 같다고 느끼면, 또는 나와 네가 어떻게 다른 줄 느끼지 못하면,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다 똑같아 보이면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이것을 보나 저것을 보나 모두 똑같다면 사진도 못 찍지만, 그림도 못 그리고, 글도 못 써요. 어느 쪽을 바라보더라도 모두 똑같다면, 노래도 못 부르고 춤도 못 춥니다.


  쳇바퀴란 무섭습니다. 쳇바퀴란 늘 같아요. 언제나 같은 흐름인 쳇바퀴예요. 쳇바퀴에 갇히면 늘 쉴새없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하루 내내 쉬지 않으나, 다른 빛이 깃들지 못합니다.


  쳇바퀴이면서 사진을 찍는다면, 이른바 ‘틀에 박힌 사진’이 됩니다. 사진을 찍는다 하더라도 ‘틀에 박힌 사진’을 찍으면, 소재는 달라도 모두 똑같이 되고 맙니다. 틀에 박힌 사진에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틀에 박힌 사진은 어느 모로 보면 빼어난 솜씨와 손놀림으로 담았구나 싶을 수 있어도, 마음을 움직이거나 사랑을 건드리지 못해요.


  나와 네가 다르면서 서로 아름다운 숨결이라고 느낄 때에 비로소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와 너희가 다르지만 서로 사랑스럽게 일구는 삶이라고 깨달을 때에 비로소 사진을 빚습니다.


  오월에 오월빛을 물씬 누리는 이야기를 담아 사진을 찍어요. 유월에는 유월빛을 찍어요. 칠월에는 칠월빛을 엮고, 팔월에는 팔월빛으로 노래해요. 사진 한 장 아름답게 찍으려면 삶을 아름답게 빛내면 됩니다. 4347.5.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