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이 책읽기


  개구지게 뛰논 아이가 잠든다. 아이는 어디에서나 잘 잔다. 왜냐하면, 제 어버이가 저를 살뜰히 건사해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아이는 버스에서도 택시에서도 기차에서도 스스럼없이 잠든다. 잠든 나머지 일어나지 못해도, 어버이가 따스하게 품어 차에서 내려 집까지 씩씩하게 걸어갈 줄 안다. 비록 집에 닿으면 눈을 번쩍 뜨면서 어버이가 너털웃음을 웃게 하지만, 아이는 곁에 있는 어버이를 믿는다.

  언제부터인가 서울이나 부산처럼 큰도시를 두고 ‘두 눈 뜨고도 코를 베이는 곳’이라 이야기한다. 아주 많은 사람이 모여 아주 바쁜 큰도시는 그야말로 이웃이 없이 굴러간다. 아주 많은 사람이 북적이다 보니, 이웃사랑이나 이웃돕기보다는 겨루기가 판친다. 옆사람을 등친다든지 옆사람을 밀친다든지 옆사람을 짓밟고 올라서야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긴다.

  눈을 떠도 코가 베이고 눈을 감아도 코가 베인다면, 이러한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느긋하게 쉴 수 없고 넉넉하게 잠들 수 없다면, 이러한 터에서 어떤 빛이 될 수 있을까.

  잠든 아이를 바라본다. 네 살을 살아가는 작은아이는 살짝 혼자 두어도 버스 걸상에서 미끄러지거나 자빠지지 않는다. 많이 컸네. 잠든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만히 품에 안는다. 4347.6.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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