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39) -의 : 세 명의 숙녀의 생
한 가지 확실한 건, 세 명의 열두 살 숙녀들의 생에 새로운 추억 하나가 새겨졌던 사실입니다
《고은명-후박나무 우리 집》(창비,2002) 75쪽
세 명의 열두 살 숙녀들의 생에
→ 열두 살 숙녀 세 사람 삶에
→ 열두 살 아가씨 세 사람 삶에
→ 열두 살 꼬마 아씨 세 사람 삶에
→ 열두 살 우리 세 사람 삶에
→ 열두 살 우리들 삶에
…
한자말 ‘숙녀’를 그대로 둔다면 “숙녀 세 사람”이라 하면 됩니다. 한자말 ‘숙녀’를 손본다면 “우리 세 사람”이라 하면 돼요.
보기글을 쓴 분은 여자와 남자가 평등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자만 밥하거나 빨래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런 글흐름을 본다면 “숙녀 세 사람”보다는 “우리 세 사람”이라 할 때에 잘 어울립니다. 게다가 열두 살 어린이가 스스로 ‘숙녀’라 말하는 대목도 그리 알맞지 않습니다. 정 무언가 꾸미면서 쓰자면 “꼬마 아가씨”나 “꼬마 아씨”쯤으로 쓰면 됩니다.
우리는 ‘신사(紳士)’나 ‘숙녀(淑女)’가 아니에요. 가시내이고 머스마이며, 여자이고 남자이며, 그저 사람입니다. 한겨레는 따로 이런 한자말로 사람을 가리키지 않았어요. ‘상냥하다’나 ‘착하다’나 ‘얌전하다’나 ‘점잖다’ 같은 낱말을 붙이면서 사람을 가리켰습니다. 4347.5.18.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한 가지는 틀림없어, 열두 살 우리 세 사람 삶에 새로운 이야기 하나가 새겨졌습니다
한자말 ‘숙녀(淑女)’는 “(1) 교양과 예의와 품격을 갖춘 현숙한 여자 (2) 보통 여자를 대접하여 이르는 말 (3) 성년이 된 여자를 아름답게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한국말 ‘아가씨’는 “(1)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2) 손아래 시누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3) 예전에, 미혼의 양반집 딸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던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말 ‘색시’는 “(1) = 새색시 (2) 아직 결혼하지 아니한 젊은 여자 (3) 술집 따위의 접대부를 이르는 말 (4) 예전에, 젊은 아내를 부르거나 이르던 말”이라고 하며, ‘새색시’는 “갓 결혼한 여자”를 뜻한다고 합니다. ‘아씨’는 “아랫사람들이 젊은 부녀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해요. 가만히 살피면, ‘숙녀 (1)’ 풀이 때문에 초등학교 가시내한테도 “열두 살 숙녀”처럼 쓰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한국말 가운데 ‘교양과 예의와 품격을 갖춘 여자’를 가리키는 낱말은 없을까 궁금합니다. 한국말 ‘아가씨’와 ‘색시’와 ‘아씨’는 이러한 뜻을 나타낼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왜 한국말에는 새로우면서 밝은 뜻을 담으려 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한 가지 확실(確實)한 건”은 “한 가지 틀림없는 것은”이나 “한 가지는 틀림없어”로 손질하고, “세 명(名)의 숙녀”는 “숙녀 세 사람”이나 “꼬마 아씨 세 사람”이나 “우리 세 사람”으로 손질합니다. ‘생(生)’은 ‘삶’으로 손보고, ‘추억(追憶)’은 ‘이야기’로 손보며, “새겨졌던 사실(事實)입니다”는 “새겨졌습니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