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935) 소모적 1 : 소모적인 논쟁


어떻게 보면 소모적인 논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근저에는 미학적 입장의 대립, 나아가 미학적 입장의 저변에 깔려 있는 정치적 입장의 대립이 존재하고 있다

《이현식-곤혹한 비평》(작가들,2007) 93쪽


 소모적인 논쟁

→ 부질없는 말다툼

→ 쓸데없는 말싸움

→ 힘만 빼는 말다툼

→ 보람없는 말싸움

 …



  ‘소모적(消耗的)’은 “소모되는 성질이 많은”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소모적 전투”와 “여야의 소모적인 대치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한자말 ‘소모(消耗)’는 “써서 없앰”을 뜻한다고 해요. 한국말사전에는 “연료 소모가 많다”와 “시간 소모가 많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낱말뜻을 찬찬히 살피면,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보기글은 “연료를 많이 써서 없앤다”나 “연료를 많이 쓴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시간을 많이 써서 없앤다”나 “시간을 많이 쓴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이 같은 한자말은 굳이 안 써도 돼요.


 소모적 전투

→ 힘만 빼는 싸움

→ 부질없는 싸움

 소모적인 대치 정국

→ 서로 힘만 빼는 정치판

→ 서로 쓸데없이 힘빼는 정치판

 …


  한자말 ‘消耗’에 ‘-적’을 붙인 ‘소모적’ 또한, ‘써서 없애기만 하고 효과나 보람이 없다’는 뜻이 되겠지요. 이때에는 ‘부질없는’이나 ‘쓸모없는’이나 ‘쓸데없는’이나 ‘덧없는’ 같은 낱말을 넣으면 뜻이나 느낌이 한결 살아나지 싶습니다. ‘-적’을 붙인 한자말뿐 아니라 ‘-적’을 안 붙인 한자말도 한국말사전에서 깨끗이 털어내 주면 좋겠습니다. 4340.8.2.나무/4347.5.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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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부질없는 말다툼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미학을 보는 눈이 맞서는데, 나아가 미학을 보는 눈에 따라 정치를 보는 눈이 맞선다


‘근저(根底)’는 ‘바탕’이나 ‘밑바탕’으로 고쳐쓰면 됩니다. ‘저변(底邊)’도 ‘바탕’이나 ‘밑바탕’으로 고쳐씁니다. ‘논쟁(論爭)’은 ‘말다툼’이나 ‘말나눔’으로 다듬고, “미학적(美學的) 입장(入場)의 대립(對立)”은 “미학을 보는 눈이 맞서고”로 다듬으며, “정치적(政治的) 입장의 대립이 존재(存在)하고 있다”는 “정치를 보는 눈이 맞선다”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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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408) 소모적 3 : 소모적인 삶


어떤 단원들은 그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소모적인 삶을 살다 오기도 한다

《강제욱,이명재,이화진,박임자-젊음, 나눔, 길 위의 시간》(포토넷,2008) 138쪽


 소모적인 삶을 살다

→ 헤프게 살다

→ 함부로 살다

→ 어영부영 살다

→ 아무렇게나 살다

  …



  삶을 마구 써서 버리는 사람은, ‘헤프게’ 사는 사람입니다. 헤프게 사는 사람이 ‘함부로’ 살거나 ‘어영부영’ 사는 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아무렇게나’ 사는 셈이고, ‘제멋대로’ 사는 셈입니다. ‘탱자탱자’ 노닥거리는 삶이라고 할까요. 4342.3.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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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그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헤프게 살다 오기도 한다


“삶을 살다 오기도”는 틀린 말투는 아니나, “살다 오기도”라고만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삶을 보내다”나 “삶을 흘려 보내다”로 손질해도 됩니다. ‘단원(團員)’은 ‘사람’으로 다듬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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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681) 소모적 4 : 소모적인 싸움


선뜻 박수를 못 치겠더군요. 소모적인 싸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손석춘·지승호-이대로 가면 또 진다》(철수와영희,2014) 36쪽


 소모적인 싸움이 될

→ 힘만 빼는 싸움이 될

→ 부질없는 싸움이 될

→ 쓸데없는 싸움이 될

→ 시간만 흘리는 싸움이 될

 …



  한국말사전에는 ‘힘빼기’나 ‘힘빼다’ 같은 낱말은 안 나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런 낱말을 곧잘 써요. 부질없이 힘을 빼는 일을 가리키면서 씁니다. 이 보기글이라면 “힘빼기 싸움”이나 “힘빼는 싸움”처럼 쓸 만해요. 한자말에 ‘-적’을 붙이는 낱말은 이제 그만 쓰고, 말빛을 살리고 말넋을 살찌울 수 있는 한국말을 잘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4347.5.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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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손뼉을 못 치겠더군요. 힘만 빼는 싸움이 될 듯했거든요


“박수(拍手)를 못 치겠더군요”는 겹말입니다. “손뼉을 못 치겠더군요”로 손봅니다. “될 것 같았거든요”는 “될 듯했거든요”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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