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515) 제諸 1 : 제 요소들


이 관계는 사회(내지는 문화)를 구성하는 제 요소들 중에서 가장 변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나카네 지에/양현혜 옮김-일본 사회의 인간관계》(소화,1996) 17쪽


 제 요소들 중에서

→ 모든 것들 가운데

→ 온갖 것들 가운데

→ 여러 가지 가운데

 …



  한자말을 자꾸 쓰면 ‘諸’ 같은 말을 끝없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써야 할 한자말이라면 굳이 가리거나 꺼릴 까닭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꼭 써야 할 까닭이 없는 한자말을 자꾸 쓰니 말썽이 생깁니다.


  ‘제’란 무엇일까요? 한국말 ‘제’가 아닌 한자 ‘제’는 무엇인가요? 한국말사전을 들추면, ‘제(諸)’를 “(한자어 명사 앞에 쓰여) ‘여러’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풀이합니다. 한자말 앞에만 붙인다는 한자요, 그러니까 한국사람이 쓸 한국말이 아니란 뜻입니다. 보기글로 “제 문제”와 “제 단체”와 “제 비용을 모두 대다”가 나오는데, 이 보기글은 모두 ‘여러’나 ‘모든’을 넣어서 고쳐야 올바릅니다. 4339.5.20.흙/4347.5.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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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는 사회(나 문화)를 이루는 여러 가지 가운데 가장 바뀌기 어려운 자리이고


“사회 내지(乃至)는 문화”는 “사회나 문화”로 고쳐야 알맞습니다. ‘구성(構成)하는’은 ‘이루는’으로 다듬고, ‘중(中)에서’는 ‘가운데’로 다듬으며, ‘변(變)하기’는 ‘바뀌기’로 다듬습니다. “제(諸) 요소(要素)”는 “여러 가지”로 바로잡을 대목이고, “어려운 부분(部分)이고”는 “어려운 곳이고”나 “어려운 대목이고”나 “어려운 자리이고”로 손질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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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641) 제諸- 2 : 제비용


캄보디아 물가를 고려할 때 15만 원 정도면 1년간의 제비용이 충당되기 때문이죠

《우수근-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월간 말,2003) 32쪽


 1년간의 제비용

→ 한 해 치 모든 돈

→ 한 해 동안 들어갈 돈

→ 한 해 동안 쓸 돈

 …



  ‘제 비용’에서 ‘諸’만 다듬어 “모든 비용”이나 “온갖 비용”으로 쓸 수 있으나, ‘비용(費用)’도 ‘돈’으로 고쳐쓰면 한결 낫습니다. “들어가는 돈”을 한자말로 ‘비용’이라 하는데, 그냥 ‘돈’이라고만 해도 너끈합니다. 4339.9.6.물/4347.5.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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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물건값을 따질 때 15만 원쯤이면 한 해 동안 쓸 돈으로 넉넉하기 때문이죠


‘물가(物價)’는 ‘물건값’으로 손봅니다. ‘물가’는 강가와 바닷가를 가리킬 때처럼 써야 알맞습니다. ‘고려(考慮)할’은 ‘생각할’이나 ‘따질’이나 ‘살필’이나 ‘헤아릴’로 다듬고, ‘충당(充當)되기’는 ‘채워지기’나 ‘-으로 넉넉하기’로 다듬습니다. “15만 원 정도(程度)면”은 “15만 원쯤이면”이나 ‘15만 원이면 얼추’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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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12) 제諸- 3 : 제군

‘신입생 제군! 입학을 축하한다!’ … “자, 여러분! 자기 자리에 앉으세요!” … “오늘부터 정식으로 고교생이 된 제군들은 자각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면학에 힘쓰며, 같은 고리타분한 얘기는 … 어떻게 지낼지는 주역인 여러분에게 달렸죠.”
《아마노 코즈에/김유리 옮김-아만츄 (1)》(학산문화사,2010) 72, 75, 84쪽

 신입생 제군 (x)
 자, 여러분 (o)
 고교생이 된 제군 (x)
 주역인 여러분에게 (o)


  한자말 ‘제군(諸君)  ’은 “통솔자나 지도자가 여러 명의 아랫사람을 문어적으로 조금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낱말풀이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한자말 ‘제군’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 군인과 경찰이 으레 쓰던 낱말입니다.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 사회에서 사람들을 억누르면서 함부로 쓰던 낱말이에요.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런 한자말을 함부로 쓸 일이 아닙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말이라 하더라도 손질해야 마땅합니다. 학교나 정치나 사회에서도 이런 낱말이 깃들지 않도록 잘 추스르거나 거를 수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우리한테는 ‘여러분’이라는 낱말이 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아낄 말을 즐겁게 쓰면 됩니다. 4347.5.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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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여러분! 학교에 잘 왔다!’ … “자, 여러분! 제 자리에 앉으세요!” … “오늘부터 비로서 고교생이 된 여러분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공부에 힘쓰며, 같은 고리타분한 얘기는 … 어떻게 지낼지는 바로 여러분한테 달렸죠.”

“입학(入學)을 축하(祝賀)한다”는 그대로 두어도 될는지 모르지만, “학교에 잘 왔다”나 “학교에 와서 반갑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신입생(新入生)’은 ‘새내기’로 다듬고, “자기(自己) 자리”는 “제 자리”로 다듬습니다. “정식(正式)으로 고교생이 된”은 “비로소 고교생이 된”으로 손질하고, “자각(自覺)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면학(勉學)에 힘쓰며”는 “스스로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공부에 힘쓰며”나 “스스로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힘껏 배우며”로 손질하며, “주역(主役)인 여러분에게”는 “바로 여러분한테”로 손질해 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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