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 이야기 (사진책도서관 2014.5.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사진책 이야기를 꺼낸다. 사진책을 하나하나 차분히 즐기려는 책손이 찾아오면, 사진책 이야기가 저절로 샘솟는다. 사진책을 즐기는 책손과 앞마당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쬔다. 아이들은 만화책을 보고 어른들은 사진책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책손이 궁금하게 여기는 한국 사진가 이야기를 물으면, 내가 그분들 사진책을 읽은 느낌을 들려준다. 그러고는 나라 안팎 여러 가지 사진책을 찬찬히 골라서 보여준다. 백 마디 말보다 사진책 한 권을 볼 적에 가슴으로 크게 와닿을 수 있겠지.


  눈씻이라고 할까. 쿠델카 사진책을 보고, 살가도 사진책을 보며, 리펜슈탈 사진책을 보면 눈을 씻을 수 있다. 필립 퍼키스 사진책을 보면서 사진찍기와 사진읽기와 사진책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다. 기무라 이헤이 사진책을 보면서 ‘사진은 무엇이고 어떻게 찍을 때에 빛나는가’를 돌아볼 수 있다. 하나부사 신조 사진책을 보면서 ‘사진을 찍는 넋’을 생각하고, 로버트 프랭크 사진책 《PERU》를 읽으면서 ‘사진으로 나누는 사랑’을 생각할 수 있다.


  알아보는 사람이 책을 알아본다. 알아보려는 사람이 사진을 알아본다. 알아보면서 마음으로 담고 싶은 사람이 알아보면서 마음으로 담기 마련이고, 알아보려는 넋으로 즐겁게 웃는 사람이 사진기를 손에 쥐면 맑은 빛이 촉촉히 스며들곤 한다.


  사람들은 으레 로버트 프랭크 사진책 가운데 《les Americanis》를 말하는데, 《PERU》를 곁에 놓고 함께 읽으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면서 빛과 숨결을 헤아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못 헤아릴 사람은 끝내 못 헤아릴는지 모른다. 헤아리려는 사람은 《les Americanis》를 보든 《PERU》를 보든 잘 헤아리겠지.


  최민식이라는 이름은 알아도 임응식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요즈음이고, 임응식 사진을 본 사람도 차츰 줄어든다. 그러니, 일본에서 현대사진을 일구어 낸 기무라 이헤이라는 이름을 아는 한국 사진가는 얼마나 될까. 일본에서는 ‘기무라 이헤이 사진상’이 얼마나 대단한 보람이요 꿈이 되는지를 아는 한국 사진평론가는 얼마나 있을까. 토몬 켄이라든지 하나부사 신조 같은 사진가 이름을 꼭 알아야 하지는 않다만, 이들이 빚은 사진책을 찬찬히 찾아본다면, 왜 이런 사진가 이름을 알 때에 사진빛이 아름답게 거듭나도록 나아가는 길을 배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만하리라 생각한다.


  로베르 드와노 사진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면 로베르 드와노 사진책을 한번 보라. 대단한지 아닌지는 ‘사진 한 장’이 아닌 ‘사진책 한 권’으로 생각해 보라. 유진 스미스이든 으젠느 앗제이든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이든 ‘사진 한 장’이 아닌 ‘사진책 한 권’을 찾아서 보라.


  벽에 붙이는 사진 한 장도 아름다울 만하리라 본다. 그런데, 사진가라는 사람은 ‘벽걸이 사진 한 장’만 찍는 사람이 아니다. ‘이야기를 찍어서 꿈을 노래하는 사람’이 사진가라고 느낀다. 이리하여 나는 사진책을 읽고, 사진책으로 도서관을 꾸린다. 사진책을 읽으면서 빛과 삶과 사랑을 나누고 싶은 책손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언제나 도서관을 지킨다. 오늘은 사진책으로 빛과 삶과 사랑을 숨쉬려는 책손이 찾아와서 무척 즐겁게 두어 시간 즈음 사진책 이야기를 조곤조곤 떠들었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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