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서관 전쟁〉과 소설 《도서관 전쟁》



  영화 〈도서관 전쟁〉을 본다. 소설과 만화영화로 먼저 나오기도 했는데, 아직 원작소설 《도서관 전쟁》을 읽지는 않았다. 책을 장만해 놓지도 않았다. ‘전쟁’이라는 낱말이 달갑지 않아서 이 작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책이름을 보기만 해도 어떤 줄거리를 담았는지 훤히 알 만하기에 들여다보지 않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다. 소설과 만화영화와 영화 세 가지가 있는데, 일본에서 이러한 일이 참말 있을 법하겠구나 싶다. 청소년범죄가 일어나면 어른들이 으레 하는 말이 있잖은가. ‘영화 때문에’와 ‘만화 때문에’와 ‘책 때문에’라고.


  문학책을 법정으로 데려가는 지식인과 기자와 언론과 정치가 있다. 그러나, 법정으로 독재자나 전쟁범죄자를 데려가는 일이란 없다. 거짓된 기사로 나라를 어지럽힌 기자를 법정으로 데려간 적도 아직 없다. 독재자와 제국주의자를 우러르거나 섬기면서 나라를 망가뜨린 글쟁이를 법정으로 데려간 적도 아직 없다.


  요즈음은 어떠한지 모르나, 그리 멀지 않은 얼마 앞서까지 ‘청소년 유해도서 불지르기’를 몇몇 단체에서 일삼곤 했다. 교보문고에서 멀쩡히 파는 《자본론》을 헌책방에서 팔았대서 헌책방 일꾼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붙잡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기까지 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을 들이대며 헌책방에 들이닥쳐 ‘책을 압수’하던 한국 경찰이 빼앗은 목록에는 루스 베네딕트라는 분이 쓴 《문화의 유형》과 김용옥이라는 분이 쓴 《노자와 21세기》가 있기도 했다.


  영화라고는 하지만, 〈도서관 전쟁〉에서 나오는 ‘양화대’라고 하는 직업군인이 총과 화염방사기로 도서관과 책방을 망가뜨리고 불지르는 모습은 가슴을 후벼팠다. 너무 끔찍해서 영화를 끄고 싶었으나 꾹 눌러참고 끝까지 보았다.


  검열이란 무엇인가. 언론통제란 무엇인가. 독재정권은 왜 자꾸 생기는가. 민주를 짓밟는 바보짓이 왜 끊이지 않는가. 2014년 4월에 터진 끔찍한 세월호 사고를 놓고도 기자라는 사람은 왜 참을 숨기고 거짓된 이야기를 자꾸 흘리는가. 곰곰이 생각하면, ㅈㅈㄷ이라는 신문이 아직 안 사라지고 크나큰 힘을 뽐내는 한국 사회란 우리 스스로 나라꼴을 엉터리로 망가뜨리거나 불지르는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랴 싶다. 4347.5.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함께)


* 공안부서 경찰이 헌책방에서 압수했던 책 목록

http://blog.aladin.co.kr/hbooks/1263571


* 헌책방에 들이닥친 국가보안법

http://blog.aladin.co.kr/hbooks/1258799


* 어떤 언론도 들여다보지 않은 '국가보안법 폭력'과 작은 헌책방 아저씨

http://blog.aladin.co.kr/hbooks/1336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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