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훔치면 도둑이 될까. 훔친 돈을 도로 갖다 놓으면 도둑이 안 될까. 나라를 훔치거나 정부를 훔치면 도둑이 될까. 이름을 훔치거나 책을 훔치면 도둑이 될까. 어머니 주머니에서 몰래 100원 쇠돈을 꺼내어 가져가면 도둑일까 아닐까. 도서관에 있는 책을 한 장 살그마니 오린다든지, 우체통에 꽂힌 다른 사람 편지를 넌지시 가로채면 도둑일까 아닐까. 세금을 가로채어 밥그릇을 채우는 사람은 도둑일까 아닐까. 막삽질을 해대는 4대강사업 따위 토목공사를 하며 돈을 버는 사람은 도둑일까 아닐까. 군대를 일으켜 전쟁을 터뜨린 뒤 이웃나라를 빼앗는 사람들은 도둑일까 아닐까. 새채기를 하는 사람은 도둑일까 아닐까. 이웃과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둑일까 아닐까. 이름줄과 학교줄과 돈줄과 고향줄에 얽매여 권력과 잇속을 챙기는 무리는 도둑일까 아닐까. 윌리엄 스타이그 님 이야기책 《진짜 도둑》을 읽는다. 임금님 보물창고를 지키던 거위는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뒤집어쓰며 마음이 아프다. 죽도록 아팠으나 죽지 않는다. 너무 어처구니없어 죽을 기운이 없었으리라. 죽지 못해 살면서 숲속에서 ‘아름다움’과 ‘삶’과 ‘사랑’을 곱씹는다. 아무 잘못을 저지른 적 없는데 보물창고지기 거위는 왜 이토록 모질게 아프고 괴로운 일을 겪어야 하는가. 왜 이렇게 슬프게 눈물에 젖으면서 숨어서 살아야 하는가. 왜 이웃과 동무는 거위한테 아무 잘못이 없다는 말 한 마디 들려주지 않고 입을 다무는가. 참말, 진짜 도둑은 도둑인가. 누가 도둑인가. 돈을 훔쳐야 도둑인가? 아마 그럴 테지. 그런데, 돈보다 마음을 훔치고 사랑을 훔치며 삶을 훔치면, 이보다 크고 괘씸한 도둑이 없다. 돈은 얼마든지 다시 벌면 채울 수 있는데, 다친 마음과 아픈 마음은 어떻게 해야 아물거나 새 살이 돋을 수 있을까. 4347.5.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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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도둑- 고학년문고 3023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홍연미 옮김 / 베틀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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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al Thief (Paperback)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 Square Fish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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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al Thief ()
Steig, William / Bt Bound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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