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882) 존재 3 : 육체만 지닌 존재에 불과


주지하다시피 인간은 육체와 영혼을 지닌 존재다. 당신이 스스로를 육체만 지닌 존재에 불과하다고 믿는다면, 이 책을 내려놓고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것을 하라 …… 하지만 당신이 육체만 지닌 존재로 산다는 것은 인간이 의미를 부여한 것 이외의 모든 것들, 즉

《로리 팰라트닉,밥 버그/김재홍 옮김-험담》(씨앗을뿌리는사람,2003) 26쪽


 인간은 육체와 영혼을 지닌 존재다

→ 사람은 몸과 마음이 있는 숨결이다

→ 사람은 몸과 마음이 있는 목숨이다

→ 사람은 몸과 마음이 있다

→ 사람은 몸과 넋으로 이루어져 있다

 육체만 지닌 존재에 불과하다고

→ 몸만 있다고

→ 몸뚱이만 있다고

→ 몸뚱이뿐이라고

 육체만 지닌 존재로 산다는 것은

→ 몸만 있는 채 산다는 이야기는

→ 몸만으로 산다고 한다면

→ 몸 하나로만 살겠다면

 …



  ‘존재’라는 낱말을 잇달아 씁니다. 사람을 다른 낱말로 가리키려다가 그만 ‘존재’라는 낱말만 쓰고 말았구나 싶습니다. 이런 자리에서는 ‘숨결’이나 ‘목숨’이라는 낱말을 넣으면 됩니다. 또는 ‘존재’라는 낱말을 덜고 단출하게 쓰면 돼요. 4338.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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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다시피 사람은 몸과 마음이 있다. 이녁이 스스로를 몸뚱이뿐이라고 믿는다면, 이 책을 내려놓고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라 … 그렇지만 이녁이 몸만으로 산다고 한다면 사람이 뜻을 매기지 않은 모든 것들, 곧


‘주지(周知)하다시피’는 ‘다 알다시피’나 ‘모두 알다시피’로 손봅니다.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다듬고, ‘육체(肉體)’는 ‘몸’이나 ‘몸뚱이’로 다듬으며, ‘영혼(靈魂)’은 ‘넋’이나 ‘마음’으로 다듬습니다. ‘불과(不過)하다고’는 ‘지나지 않는다고’나 ‘-일 뿐이라고’로 손보고, ‘하지만’은 ‘그렇지만’으로 손봅니다. “산다는 것은”은 “산다고 한다면”이나 “산다는 이야기는”으로 손질하고, “의미(意味)를 부여(附與)한 이외(以外)의 모든 것들”은 “뜻을 매기지 않은 모든 것들”이나 “뜻을 붙이지 않은 모두”로 손질하며, ‘즉(卽)’은 ‘곧’으로 손질해 줍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871) 존재 2 : 인류의 생명은 존재하고


삼라만상의 생물과 무생물의 상호 연쇄 속에서 인류의 생명은 존재하고, 따라서 거기에 우리가 속해 있다는 자각은 언뜻 보기에는 우리가 이제까지 죽기로 찾아온 자유라는 가치관과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266쪽


 인류의 생명은 존재하고

→ 우리 목숨도 있고

→ 사람도 살아가고

 …


  사람끼리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밥을 먹어야 합니다. 밥은 곡식일 수 있고 다른 짐승 살코기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옷을 지어서 입고 연장을 만들어서 쓰며 집을 세워서 살아갑니다. 이리하여, 사람들 삶은 “온누리 모든 생물과 무생물하고 함께 있어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이와 같은 뜻을 살리면서 ‘존재’를 풀어내면, “온누리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 얽히는 곳에서 사람이 함께 목숨을 이어가고”로 다시 쓸 수 있습니다. 뜻과 느낌을 찬찬히 살리면서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나 “사람이 살아갈 수 있고”로 적어 보아도 됩니다. 4337.12.17.쇠./4341.5.27.불.고쳐씀.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온누리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 얽히는 곳에서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따라서 거기에 우리가 함께 있다는 깨달음은 언뜻 보기에도 우리가 이제까지 죽기로 찾아온 자유라는 생각과는 어긋나는 듯 보일지 모르지만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생물(生物)과 무생물(無生物)의 상호(相互) 연쇄(連鎖) 속에서”는 무엇을 말하는가 생각해 봅니다. ‘삼라만상’이란 “우주에 있는 온갖 사물과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보기글처럼 적으면 겹치기가 되겠군요. “삼라만상이 서로 이어지는 곳에”나 “온누리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 얽히는 곳에”쯤으로 다듬어 줍니다. “인류(人類)의 생명(生命)”은 “우리 목숨”이나 “사람들 목숨”으로 손질합니다. “속(屬)해 있다”는 “깃들었다”나 “함께 있다”로 손보고, ‘자각(自覺)’은 ‘깨달음’으로 손봅니다. “상반(相反)되는 것처럼”은 “어긋나는 듯”이나 “거꾸로인 듯”으로 고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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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927) 존재 4 : 아들의 존재 이유, 아이의 존재

바로 그 점을 확인해 본다면 거기에서 아들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내 자신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점에서 아이의 존재는 내게 확실히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기류 유미코/송태욱 옮김-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샨티,2005) 16쪽

 아들의 존재 이유를
→ 아들이 있는 까닭을
→ 아들이 살아가는 까닭을
→ 아들이 왜 있는가를
→ 아들이 세상에 나온 까닭을
→ 아들이 왜 태어났는지를
 …


  일본책을 꽤 많이 옮기는 한국입니다. 읽힐 만한 책이 많으니 많이 옮긴다고 느낍니다. 그러면, 일본책을 옮기는 일을 하는 사람 가운데 ‘한국말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일본말뿐 아니라 한국말을 슬기롭고 아름다우면서 알차게 배운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번역은 ‘한국말로 옮기려고 하는 책이 나온 나라에서 쓰는 말’만 잘한다고 해서 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나라밖 말과 문화를 골고루 헤아리는 한편, 나라밖 사회와 사람도 찬찬히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나라밖 사람들이 즐겁게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나라안(한국) 사람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로 다듬어 낼 수 있을 만큼 ‘한국말과 문화’를 깊이 익히면서 알아야 합니다.

 아이의 존재는
→ 아이는
→ 아이가 있어서
 …

  오늘날 우리 삶터를 보면, 아주 어린 아이들한테까지 미국말을 가르칩니다. 그렇지만 아주 어린 아이들한테 한국말이 어떤 말이며 어떻게 써야 하는 말이고 누구와 나누는 말인가를 제대로 가르치는 얼거리나 틀거리는 거의 없다고 느낍니다. ‘미국에서 영어를 쓰는 원어민 강사’를 큰돈 들여서 모실 줄은 알지만, ‘아이들이 날마다 쓰는 한국말을 올바르고 알맞고 살갑게’ 쓰도록 가르칠 ‘한국말 교사’는 모실 줄 모릅니다.

  한글을 뗀다고 한국말을 할 줄 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책을 읽을 줄 안다고 한국말을 제대로 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참고서와 교과서를 보고 배울 수 있다고 해서 한국말을 잘 하는 아이가 되지 않아요. 영어를 아무리 잘 한들, 이렇게 ‘잘 하는 영어를 한국사람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옮기지 못한다’면 거의 쓸모가 없어요.

  문학을 하든 예술을 하든 번역을 하든 학문을 하든 정치를 하든 경제를 하든 과학을 하든 뭐를 하든,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한국말을 ‘잘’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살아가려는 사람은 미국말을 잘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살아갈 꿈을 키운다면 일본말을 잘 하려고 땀흘리겠지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국말을 잘 할 수 있기를 빕니다.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기는 사람들이 한국말을 날마다 새롭게 익힐 수 있기를 빕니다. 4338.4.30.흙.처음 씀/4341.7.28.달.고쳐씀.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바로 그 대목을 알아본다면 거기에서 아들이 왜 태어났는지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나한테 눈길을 거의 안 두다시피 했다는 대목에서 아이는 내게 틀림없이 큰 갈림길이 되었다

“그 점(點)을 확인(確認)해 본다면”은 “그 대목을 알아본다면”으로 다듬고, ‘이유(理由)’는 ‘까닭’으로 다듬습니다. “내 자신에 대(對)해”는 “나한테”나 “나라는 사람을”이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로 손보고, “관심(關心)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점(點)에서”는 “눈길을 거의 안 두다시피 했다는 대목에서”나 “거의 돌아보지 않다시피 했다는 대목에서”로 손보며, ‘확실(確實)히’는 ‘뚜렷이’나 ‘틀림없이’로 손봅니다. “하나의 전환점(轉換點)이 되었다”는 “큰 갈림길이 되었다”나 “어떤 징검다리가 되었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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