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72) 속 40 : 흙 속


흙 속에서 지렁이가 / 옴물옴물 진흙 똥을 토해 낸다

《김환영-깜장꽃》(창비,2010) 66쪽


 흙 속에서

→ 땅속에서



  지렁이는 땅속에서 삽니다. 땅 위쪽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지렁이는 땅속에서 흙을 먹고 흙똥을 눕니다. 땅은 흙으로 이루어진 곳을 가리키니, “땅속 지렁이”가 아닌 “흙 속 지렁이”처럼 쓸 수 있을까요?


  풀과 나무는 뿌리를 땅속으로 내립니다. 땅속에 내린 풀뿌리와 나무뿌리는 흙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풀과 나무는 뿌리를 땅속에 두고, 땅은 흙으로 이루어지니, 풀과 나무는 “흙 속에 뿌리를 내린다”처럼 쓸 수 있을까요?


  쓰려고 한다면 쓸 수야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굳이 이렇게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흙으로 이루어진 땅을 놓고 속과 겉을 가릅니다. 흙을 놓고 속과 겉을 가르지 않습니다. 땅은 흙으로 이루어진 덩이인 만큼, 속과 겉을 가를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흙은 ‘알갱이’이지만 ‘덩이’로 여기지 않습니다. 덩이인 흙을 가리킬 적에는 ‘흙덩이’라고 따로 가리킵니다. 땅도 ‘땅덩이’로 가리키기도 해요. 그러나, 땅덩이는 한국 땅이나 아시아와 같은 덩이를 가리키면서 씁니다. ‘흙덩이’는 흙을 뭉친 덩이를 가리켜요.


  흙덩이를 손에 움켜쥐고 말할 적에는 “이 흙덩이에 풀씨가 깃들었어”처럼 말합니다. “흙덩이 속”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이 흙덩이에서 지렁이가 볼볼 기어서 나온다”처럼 말합니다. “흙덩이 속에서”라 말하지 않습니다. 흙알갱이를 쪼개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이것저것 알아보려 한다면, 이때에는 “흙(알갱이) 속을 본다”고 할 수 있어요. 4347.5.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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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 지렁이가 / 옴물옴물 진흙 똥을 뱉어 낸다


‘토(吐)해’는 ‘뱉어’로 다듬습니다. 또는 “진흙 똥을 눈다”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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