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2] 자리끼



  나는 언제부터 ‘자리끼’라는 말을 들었을까 헤아려 봅니다. 아주 어렸을 적이지 싶습니다. 아버지가 자리끼를 찾으시기에 밤에 물을 가져다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에 외가에 놀러갔을 적에도 머리맡에 스텐그릇으로 자리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자리끼’라는 낱말은 어릴 적부터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 두 아이와 살아가며 밤에 재우다가 아이가 “물 마시고 싶어.” 하면 아주 어릴 적에는 물을 떠서 건네다가 이제는 아이 스스로 물을 마시도록 합니다. 가끔 큰아이한테 ‘자리끼’라는 낱말을 들려준 적 있지만 자주 쓰지는 않습니다. 큰아이가 갓난쟁이였을 적에 곁님 손이 닿는 가까운 데에 늘 자리끼를 두었습니다. 자다가 잠자리에서 마시는 물을 왜 자리끼라 했을까 늘 궁금한데, 그냥 ‘물’이라 하지 않는 까닭은 마시는 물과 천에 적셔서 아기들 땀을 훔치는 데에 쓰는 물과 다른 여러 가지 말을 잘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문득 느끼곤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열 살쯤 넘어가면 그때부터 밤에 ‘물’이 아닌 ‘자리끼’를 찾을 수 있겠지요. 4347.4.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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