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77) 존재 177 : 인간은 약한 존재


인간은 약한 존재니까. 미움의 감정을 가지고 있어도,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다고 생각해

《타니카와 후미코/박선영 옮김-마법을 믿으십니까 2》(학산문화사,2002) 92쪽


 인간은 약한 존재니까

→ 사람은 약하니까

→ 사람은 여리니까

 …



  국민학교를 다닐 적에 학교 음악 수업에서 ‘센박·여린박’을 배웠습니다. 요즈음에는 어떤 낱말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센박·여린박’에 ‘세다·여리다’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세다’라는 낱말은 힘이 세다든지 바람이 세다든지 하는 자리에 곧잘 씁니다. 이와 달리 힘이 여리다든지 바람이 여리다든지 하는 말은 좀처럼 못 듣습니다. 다들 ‘弱하다’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언제부터 한국말 ‘여리다’가 쑥 들어갔을까요. 언제부터 한국말은 제 빛을 잃어야 했을까요. ‘세다’는 ‘여리다’보다 조금 더 쓰는 듯하지만, 이 낱말조차 ‘强하다’라는 한자말에 자꾸 밀립니다. 이 흐름이 그대로 퍼지면서, ‘사람’이라는 낱말도 ‘人間’한테 밀리고, ‘존재’라는 한자말도 널리 퍼지지 싶어요. 4347.4.2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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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여리니까. 미운 마음이 있어도, 그 마음은 그대로 좋다고 생각해



‘상관(相關)없다’는 “= 관계없다”라고 합니다. ‘관계(關係)없다’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합니다. ‘관련(關聯/關連)’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이라고 합니다. 낱말뜻이 돌림풀이입니다. 보기글에서는 ‘상관없다’를 ‘괜찮다’나 ‘좋다’나 ‘나쁘지 않다’로 손보아야지 싶습니다. “미움의 감정(感情)”은 “미운 마음”이나 “미워하는 마음”으로 다듬고, “-을 가지고 있어도”는 “-이 있어도”로 다듬습니다.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손질하고, ‘약(弱)하다’는 ‘여리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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