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처음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한 척 가라앉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아날는지 지켜볼 일인데, 맨 처음 배에서 빠져나와 살아난 사람은 선장이고, 맨 처음 주검으로 나온 사람은 안내원이라고 한다. 맨 처음 배에서 빠져나와 살아난 사람은 다른 이들이 배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나도 돕지 않았고, 맨 처음 주검으로 나온 사람은 끝까지 다른 이들을 돕느라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맨 처음 빠져나와 살아난 사람은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말을 못한다. 맨 처음 주검으로 나타난 사람은 얼굴 사진이 훤히 퍼지면서 ‘똑같이’ 아무 말을 못한다.


  두 사람 모두 ‘1등’이다. ‘1등 만능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두 사람은 저마다 다른 ‘1등’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이 나라에서 어떤 사람으로 자라야 아름다울까. 우리 어른들은 이 나라에서 어떤 일을 하고 꿈을 키울 때에 사랑스러울까.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릴 적에 곁님이나 나는 늘 ‘아이들 밥그릇’을 먼저 채워서 밥상에 올린다. 우리 어머니나 장모님도 언제나 아이들 밥을 먼저 퍼서 밥상에 올린다. 왜 그럴까? 왜 아이들 밥그릇을 어른들 밥그릇보다 먼저 퍼서 밥상에 올릴까?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는 아이들이다. 사랑을 주면서 즐거운 어른들이다. 아이들이 처음에 받고 마지막에 받을 한 가지는 사랑이다. 어른들이 처음에 주고 마지막에 줄 한 가지는 사랑이다. 아픈 마음과 다친 마음에 따사로운 사랑이 깃들 수 있기를 빈다. 4347.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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