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신문 들추기 (사진책도서관 2014.4.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유채꽃 냄새를 맡으며 두 아이와 함께 도서관으로 간다. 도서관 둘레로 피어나는 딸기꽃을 들여다본다. 딸기 익을 철을 기다리며 하얀 꽃잎을 쓰다듬는다. 도서관 창문을 모두 연다. 향긋한 풀내음이 고소하다. 숲에 깃들어 살아가는 사람은 풀내음을 먹고도 배부르겠다고 느낀다. 이 풀내음이 바로 밥이요, 풀내음과 섞이는 봄꽃가루가 맛난 숨이 되리라.
오늘날에는 시골에서도 숲을 누리기 만만하지 않다. 외딴 멧골로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숲바람이나 숲내음을 알기 어렵다. 마을에서는 농약을 끔찍하도록 많이 쓴다. 면소재지나 읍내는 도시하고 똑같은 얼거리이다. 시골마을조차 나무그늘이 드물고, 풀밭에 드러누워 햇살을 누릴 수 있는 데를 찾을 수 없다. 시골에서는 풀밭마다 농약을 쳐대니 섣불리 풀밭에 앉거나 드러눕지도 못한다.
살림집과 도서관을 시골로 옮기며 우리 식구가 품은 꿈 가운데 하나는, 우리 도서관에 찾아오는 책손이 ‘풀밭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풀밭에 드러누워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쉬’도록 할 수 있는 터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나무로 짠 좋은 책걸상에 앉아서 책을 읽어도 좋고, 풀밭이나 나무그늘 맨땅에 앉아서 책을 읽어도 좋다. 책은 내려놓고 풀밭에서 뒹굴며 바람을 쐬어도 좋다. 풀노래를 듣고 풀벌레와 개구리와 멧새 노래를 가만히 들어도 좋다.
책이란 무엇인가. 지식이나 정보를 담아야 책이겠는가. 삶을 노래할 때에 책이요, 책을 이야기할 적에 책이며, 삶을 사랑하는 사이에 시나브로 책이다.
이런 책을 반드시 읽을 까닭이 없다. 사진길 걷는 이들이 꼭 이런 사진책을 들추어야 사진을 잘 알 수 있지 않다. 이런 책이 있어야 도서관이 되지 않는다. 종이책을 곁에 두어도 좋은 한편, 종이책에서 홀가분하게 살아가면서 이웃을 사랑하고 풀과 나무와 숲이 얼크러진 보금자리를 가꾸거나 아낄 수 있어도 좋다.
묵은 신문을 들춘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으기만 하고 너른 자리에 펼치지 못한 신문꾸러미이다. 신문을 잔뜩 모으지는 않았다. 신문배달을 하며 살던 1995∼1999년 사이에 오려모으기를 무척 많이 했고, 어느 때에는 신문을 통째로 건사했다. 중·고등학교 다니며 모은 예전 인천 신문이 몇 가지 있다. 대학교 학보에 글을 쓰면서 건사한 대학신문이 제법 있다. 네덜란드말을 배울 적에 그러모은 네덜란드 신문이 조금 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같은 이들이 대통령이 되던 날 나온 신문이 차곡차곡 나온다. 중앙일보가 신문에 ‘한자’를 안 쓰기로 하면서 가로쓰기를 처음 하던 1995년 10월 9일치 신문이 있다. 모든 신문을 건사할 수는 없으나, 이럭저럭 뜻있고 재미난 신문들이 보인다. 우리 도서관에서 한결 너른 자리를 쓸 수 있으면 이 신문들을 알뜰히 펼쳐서 선보일 수 있겠지.
‘신문 박물관’이 있을까? 있겠지? 신문박물관에서는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쯤 묵은 신문을 손으로 만지면서 볼 수 있을까? 헌책방에서 찾아낸 1970년대 〈기자협회보〉라든지 〈조선일보 노동조합 소식지〉는 앞으로 여러모로 뜻있는 자료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신문꾸러미는 그저 들여다보기만 하면서도 온갖 이야기가 쏟아진다.
도서관 골마루를 이리저리 달리면서 놀던 아이들이 조용하다. 큰아이는 도라에몽 만화책에 빠졌다. 일본책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들여다본다. 워낙 많이 읽은 만화책이니 그림만 봐도 무슨 줄거리인 줄 알 테지. 하늘은 파랗고 들은 푸른 아름다운 사월이다. 이 사월빛을 가슴에 담는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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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