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의 소중한 보물
사이토우 에미 글, 카리노 후키코 그림,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68

 


물려줄 수 있는 사랑이란
― 엄마와 나의 소중한 보물
 사이토우 에미 글
 카리노 후키코 그림
 크레용하우스 펴냄, 2000.4.30.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콩콩 뛰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훨훨 날고 싶습니다. 도시에 있는 아파트에서 지내든 시골에 있는 흙집에서 살든, 아이들은 콩콩 뛰고 싶으며 훨훨 날고 싶습니다.


  지난날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콩콩 뛰었고 훨훨 날았습니다. 집에서도 뛰고 마을에서도 날았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더러 마음껏 놀라 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 말이 아니어도 스스로 놀고 뛰면서 웃었습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콩콩 못 뛰고 훨훨 못 납니다. 집에서도 못 뛰고 학교나 학원에서도 못 납니다. 아파트에서 1분조차 뛰기 어렵고, 학교에서 목청껏 소리치거나 노래하기 힘듭니다.


.. “인호야, 장난감 상자에 필요 없는 물건이 너무 많아. 정리하면 어떨까?” “으응, 필요 없는 건 하나도 없는데…….” ..  (3쪽)

 


  가만히 돌아보면, 오늘날 어른들부터 쿵쿵 뛰지 않아요. 오늘날 어른들부터 집에서 목청껏 노래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어른들은 스스로 신나게 놀거나 어우러질 줄 모르는 채 집과 마을과 일터가 모두 동떨어집니다. 집과 마을과 일터가 모두 동떨어진 채 살아가는 어른이다 보니, 아이들도 어느새 집이랑 마을과 일터가 모두 흩어지거나 동떨어지고 말아요.


  아이한테 노래를 물려주는 어른이 없습니다. 노래책을 사거나 노래시디를 들려주거나 텔레비전을 켤 뿐입니다. 스스로 지어서 즐기는 노래를 아이한테 물려주는 어른이 없습니다.


  아이한테 일을 물려주는 어른이 없습니다. 밥짓기와 옷짓기와 집짓기를 아이들이 물려받아 앞으로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지으며 살림을 가꾸도록 이끄는 어른이 없습니다. 아이가 직업인이나 회사원이 되도록 학교에 보내기는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삶을 짓거나 살림을 꾸리도록 돕는 어른이 없어요.


  어느 모로 보면, 오늘날 어른들부터 이녁 어버이한테서 삶을 물려받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부터 어릴 적에 학교에만 다니고 학과공부만 하며 시험공부에 얽매여야 했을 뿐, 집안에서 삶을 누리거나 배우거나 물려받지 못했어요.

 


.. “우리 집 마당에 맨 처음 열렸던 귤이란 말야. 엄마랑 아빠랑 나랑 맛있게 나눠 먹었잖아.” “그 귤 껍질을 아직도 갖고 있었니? 새콤달콤 참 맛있었지!” ..  (15쪽)


  사이토우 에미 님 글에 카리노 후키코 님 그림이 어우러진 《엄마와 나의 소중한 보물》(크레용하우스,2000)을 읽습니다.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장난감 상자에 온갖 것을 잔뜩 그러모읍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못 버립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모든 것에 이야기를 담았거든요.


  아이 어머니는 처음에는 이것저것 다 치우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제 것을 버리지 말라고 막으면서 아이와 말을 섞습니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듣습니다. 무턱대고 아이 것을 버리지 않아요. 아이는 한참 어머니하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아이와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던 어머니는 무엇인가 떠올립니다. 어머니 스스로 ‘아이가 처음 걷던 날 신던 신’을 버리지 않고 건사한 신 한 켤레를 꺼내요.


  아하 그래, 어머니인 나도 아이와 함께 누리던 즐거운 빛을 건사하고 싶어 ‘조그마한 신’을 안 버렸구나, 나중에 아이와 함께 지나온 삶을 돌아보려고 ‘조그마한 신’을 알뜰히 챙겼구나, 집안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만 하면 아이와 나 사이에 이야기가 없겠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 “엄마, 내 발 좀 봐. 이젠 신을 수도 없는데 왜 버리지 않았어?” “그건 우리 인호가 아기였을 때 처음으로 신었던 신발이니까. 인호가 그 신발 신고 아장아장 걷던 모습을 엄마는 잊을 수가 없단다.” ..  (22쪽)


  물려줄 수 있는 사랑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움은 삶입니다. 삶은 사랑입니다. 날마다 피어나는 사랑은 언제나 이야기가 됩니다. 날마다 피어나는 사랑은 아름다운 이야기이니, 입에서 입으로 대물림합니다. 차근차근 물려주는 이야기는 즐겁게 빛나는 삶이요, 먼먼 옛날부터 오늘까지 고이 흐르는 노래입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아 살아가고, 어버이 또한 어릴 적에 이녁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물려줄 수 있는 삶은 사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물려줄 수 있는 한 가지는 사랑스레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물려줄 수 있는 이야기에는 사랑스러운 삶이 깃듭니다.


  이야기에서 생각이 자랍니다. 사랑에서 꿈이 자랍니다. 삶에서 빛이 자랍니다. 아이도 자라고 어른도 자라요. 아이도 이야기밥을 먹고 어른도 이야기밥을 먹습니다. 4347.4.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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