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1
히구라시 키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29

 


눈물 나는 삶
―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1
 히구라시 키노코 글·그림
 최미정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3.11.30.

 


  반가운 손님이 시골집으로 찾아옵니다. 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아이들도 곁에서 늦도록 잠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너무 고단한 나머지 하나둘 곯아떨어집니다. 어른도 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니 고단하지요. 깊은 밤을 밝히며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조용한 시골마을 한밤에 개구리 노랫소리가 드문드문 들립니다. 마당으로 내려서지 않아도 집안으로 개구리 노랫소리가 스며들어요.


  ‘참 좋네’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옵니다. 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숲에서 깨어나는 바람을 마시니 ‘참 좋네’ 하는 생각이 찬찬히 샘솟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고 누가 묻는다면, 푸른 노래와 숨결과 이야기가 있어서 살아가노라 하고 말하고 싶습니다.


- ‘아무리 오래 같이 살아도 왜 화를 내는지 모를 때가 있다.’ (18쪽)
- “으아, 눈물 날 것 같아. 스물여덟이나 먹고.” (45쪽)
- “이것 보세요! 여자친구가 만들어 줬어요!” “뭐야? 점심밥?” “아뇨, 아침이에요! 제 로망!” (47쪽)

 


  늦게 잠든 사람은 조금 늦게 일어나고 싶습니다. 느즈막하게 잠들었으나 어른보다 일찍 잠든 아이는 일찌감치 일어나고 싶습니다. 큰아이는 우리 집에 손님이 왔다는 생각에 일찍 일어납니다. 저랑 같이 놀아 주기를 바라면서 이른아침부터 종알종알 노래를 합니다. 어서 일어나라 노래를 하고, 혼자 만화책을 읽으며 노래를 합니다. 또랑또랑 맑은 소리로 큰아이가 노래를 하니 작은아이는 누나 목소리에 잠을 깹니다.


  너희는 하루 내내 놀고 놀아도 기운이 새로 솟는구나. 너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을 안 쉬고 조잘조잘 노래해도 힘이 다시 나는구나.


  즐겁게 놀기에 즐겁게 기운이 납니다. 기쁘게 일하면 기쁘게 힘이 나요. 아주 마땅합니다. 웃으면서 노는 아이들은 하루 내내 놀아도 지치지 않습니다. 노래하며 일하는 어른들은 일거리가 많아도 고단하지 않습니다.


- “그런데 혼자 먹는 건 이렇게 다르구나.” (61쪽)
- “요 8년 간 나는 리츠코가 없으면 온전한 나로 생활조차 못 하게 됐구나.” (63쪽)

 

 


  손님을 치르고 난 뒤 온몸이 뻑적지근합니다. 등허리가 쑤시고 팔다리가 결립니다. 빨래를 하루 미루자고 생각합니다. 마을 샘터를 오늘쯤 치워야 할 텐데 작은아이 낮잠을 재우고 느긋하게 하자고 생각합니다.


  큰아이가 책을 보다가 내려놓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훑어야 비로소 내려놓습니다. 선물받은 사인펜꾸러미를 엽니다. 한쪽이 빈 동그란 종이를 찾아 무언가 그립니다. 여러 빛깔로 알록달록하게 그리더니 나한테 살짝 내밉니다. “아버지 그렸어요.” 하면서 큰나무랑 작은나무를 나란히 넣은 그림을 선물합니다. 아버지가 나무를 좋아하니 나무를 그려 넣었을까요. 아버지가 나무처럼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려 넣었을까요. 아버지가 큰나무 되어 저를 작은나무로 여기며 아끼기를 바라는 뜻을 그려 넣었을까요. 큰아이 스스로 곧 큰나무 되어 우리 집을 보살피겠다는 넋을 그려 넣었을까요.


  따로 누구한테서 그림을 배운 적 없는 아이는 늘 스스로 그림을 즐깁니다. 스스로 책을 즐기고, 스스로 노래를 즐기며, 스스로 이야기를 즐깁니다. 스스로 놀이를 빚고, 스스로 웃음을 자아내며, 스스로 콩콩 뛰고 달립니다.

 

 


- “있잖아. 슈이치, 생각해 본 적 있니?” “뭘요?” “남자에게 10년과 여자에게 10년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르단걸. 엄마랑 아빠는 네 결혼을 재촉하는 게 아니야. 다만 너희 두 사람이 정말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127∼128쪽)
-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난 왜 슈이치를 고른 걸까? 그리고 어떻게 8년이나 같이 살고 있는 걸까?’ (145쪽)


  눈물 나는 삶을 그린 만화책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3)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을 그린 히구라시 키노코 님은 ‘슬픈’ 이야기를 담지 않습니다. 애틋하며 살가운 이야기를 빚습니다. 그런데, 이 만화책은 눈물 나는 삶을 그립니다.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삶을 그리고, 눈물이 나도록 사랑스러운 삶을 그립니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어떻게 만나고 피어나면서 흐드러지는가를 찬찬히 그립니다.


- “난 센스도 없고 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지만, 리츠코에겐 내가 직접 고른 선물을 주고 싶어.” (168쪽)
- “좋았어! 오늘부터는 ‘준비, 시작’ 하고 달려나가지 않고, 느긋하게 산책하듯 한 걸음씩.” (195쪽)

 


  남이 내 그림을 그려 주지 않습니다. 내가 내 그림을 그립니다. 남한테 내 그림을 맡기지 못합니다. 내가 내 그림을 씩씩하게 그립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저희 그림을 그리고, 어른은 어른대로 우리 그림을 그려요.


  사랑을 바라면 사랑을 그립니다. 어깨동무를 바라면 어깨동무를 그립니다. 바라는 대로 그리고, 그리는 대로 이룹니다. 이루는 대로 삶을 새롭게 지으며, 삶을 새롭기 짓는 결에 따라 아름다운 말과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람은 밥만 함께 먹지 않습니다. 생각을 함께 나누고 꿈을 같이 주고받습니다. 이야기를 도란도란 꽃피우고 웃음을 소복소복 길어올려요. 아이들은 낮이나 밤이나 노래를 좋아합니다. 놀이노래를 좋아하고 자장노래를 좋아해요. 어른들은 일노래로 스스로 웃고, 자장노래로 아이들을 다독이면서 스스로 삶을 빛냅니다.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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