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책은 서재이웃 '순오기' 님이 지난 12월 7일 제 생일을 맞이해서 보내 주신 선물입니다. 이래저래 책선물이 3월 19일쯤 고흥에 닿았어요 ^^;;; 석 달이 더 지난 뒤에 받은 생일 책선물입니다. 고마운 책선물을 곰곰이 헤아리며 느낌글을 적습니다. 책선물은 언제나 반깁니다. 멋진 책을 선물해 주시는 이웃님들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함께 띄우면서~
..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70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진
― お母さんへ, 世界中の子どもたちからプレゼント
야마모토 토시하루(山本 敏晴) 사진·글
小學館 펴냄, 2013.4.22.
야마모토 토시하루(山本 敏晴) 님 책이 한국말로는 《세상에서 가장 수명이 짧은 나라》(달과소,2003)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넥서스주니어,2006)가 나왔습니다. 의사로 일하면서 지구별 아픈 이웃을 만나던 야마모토 토시하루 님은 의료봉사로는 아픈 이웃을 달랠 수 없다고 깨닫습니다. 의사이면서 의사라는 이름을 살포시 내려놓고는 사진기를 쥡니다. 그림종이와 크레파스를 들고 아이들을 만납니다.
의료봉사도 더없이 큰 뜻이 있고 아름다운 빛이 됩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서로 만나서 사귀는 일도 더없이 큰 뜻이 있으며 아름다운 빛이 되어요. 몸만 고친대서 아픈 사람이 낫지 않아요. 마음을 함께 달래면서 포근히 어루만질 수 있어야 비로소 아픈 곳이 나아요. 야마모토 토시하루 님은 지구별 아픈 아이들 마음을 달래면서 아이들마다 마음밭에 사랑씨앗을 스스로 심을 수 있기를 바라요. 이 사랑씨앗은 지구별 여러 나라 아이들 마음밭뿐 아니라, 이녁이 나고 자란 일본에도 이웃 한국에도 또 다른 수많은 나라에도 곱게 드리울 수 있기를 꿈꿉니다.
사진책 《お母さんへ, 世界中の子どもたちからプレゼント》(小學館,2013)를 읽습니다. “어머니한테, 온누리 어린이가 보내는 선물”입니다. 어떤 선물일까요. 아이들은 어머니한테 어떤 선물을 주고 싶을까요.
지구별 여러 나라 여러 어린이가 그림을 그리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다 그린 그림을 들고 활짝 웃습니다. 아이가 말합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있을 적에 즐거워요.” “나는 어머니 팔에 안기기를 좋아해요.” “나는 어머니가 칭찬해 줄 때에 즐거워요.”
어머니로 살아가면서 아이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는가요. 아버지로 살아가면서 아이한테 어떤 낯빛을 짓는가요. 아이들은 무엇을 받고 싶을까요. 어른들은 무엇을 주고 싶을까요.
아이들이 돈을 바라거나 집을 바라거나 졸업장을 바랄까요? 아이들이 자가용을 바라거나 여행을 바라거나 놀이공원을 바랄까요?
아이들은 옷조차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제 어머니와 아버지가 입히는 옷이면 모두 좋습니다. 아이들은 비싸거나 값진 옷보다 어머니와 아버지 손길이 사랑스레 깃든 옷이면 다 반갑습니다. 아이들은 비싸거나 값진 밥을 바라지 않아요. 어머니와 아버지 손길이 따사롭게 깃든 밥이면 늘 맛있고 배부르게 먹어요.
사진이 좋다면 마음을 어루만지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사진이 즐겁다면 마음을 감싸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사진이 아름답다면 마음을 보듬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사진이 사랑스럽다면 마음을 아끼고 살찌우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사진으로 예술을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문화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예술도 좋고 사진문화도 즐겁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예술이 되는 사진이 아니고, 문화라는 이름을 얻어야 하는 사진은 아닙니다. 즐겁게 살아가며 어깨동무하는 길에 시나브로 예술로 피어나고 문화로 자라는 사진입니다. 서로서로 손을 맞잡고 들길을 거닐며 들노래를 부를 적에 사진 한 장 천천히 태어나고 사진 두 장 살며시 샘솟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대서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 앞에서 모델이 되어 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겁니다. 아이들은 어버이와 어른 모두한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 함께 즐겁게 살아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서로 사랑해요.’ 하고 노래합니다. ‘우리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춤추어요.’ 하고 속삭입니다.
아이들은 총을 만들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군대를 만들지 않아요. 아이들은 질서나 계급이나 위계를 세우지 않아요.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함께 놀아요. 옆에서 머뭇머뭇 구경하는 아이가 있으면 얼른 동무로 삼아 함께 놀아요. 함께 흙밭을 뒹굴고, 같이 들판을 달립니다. 함께 손을 잡고 서로 노래를 부릅니다.
평화조약을 맺어야 평화가 아닙니다. 함께 놀고 함께 웃으며 함께 밥을 나눌 적에 평화입니다. 수호조약을 맺거나 자매결연을 맺어야 평등이 아닙니다. 함께 춤추고 함께 일하며 함께 노래를 부를 적에 평등이에요.
사진책 《お母さんへ, 世界中の子どもたちからプレゼント》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어머니(아버지), 선물이 무엇인 줄 알겠어요, 하고 사근사근 속삭입니다. 아이들이 내미는 선물은 바로 사랑입니다. 아이들이 어른한테 주는 선물도, 아이들이 어른한테서 받고 싶은 선물도, 언제나 사랑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을 달래는 사진은 사랑을 찍어요. 마음을 아끼고 북돋우며 살찌우는 사진은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가꾸며 삶을 빛내는 사진은 언제나 사랑스러운 꿈을 담습니다. 4347.3.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