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596) 혼신의 1 : 혼신의 힘을 다한다

 

혼신의 힘을 다한다
《사이토 다카시/이규원 옮김-도약의 순간》(가문비,2006) 10쪽

 

 혼신의 힘을 다한다
→ 온몸에 있는 힘을 다한다
→ 온힘을 다한다
→ 젖먹던 힘을 다한다
→ 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
 …

 

  흔히 듣거나 쓰는 말이라 할 ‘혼신’이고 “혼신의 힘을 다하다”입니다. 그런데 이 ‘혼신’은 ‘온몸’을 한자말로 담아낸 말일 뿐입니다.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혼신 = 온몸”으로 풀이해요. 사람들이 퍽 많이 쓰는 여러 한자말 가운데에도 이런 말이 제법 많습니다. 딱히 다른 뜻이 없는 낱말, 한국말을 밀어내고 들어서는 한자말이 꽤 많아요.


  한자말 ‘혼신’은 우리가 얼마나 쓸 만할까 궁금합니다. 한국말 ‘온몸’이 그다지 쓸 만하지 않기에 ‘혼신’을 쓰는가 궁금합니다. 한국말 ‘온몸’만으로는 우리 느낌이나 생각을 알뜰히 담아내기 어렵다고 느끼기에 ‘혼신’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혼신의 힘을 쏟다 → 온힘을 쏟다
 혼신의 노력을 다하다 → 온힘 다해 애쓰다
 혼신을 바쳐 → 온몸을 바쳐

 

  때와 곳을 살펴 ‘온몸’을 넣을 수 있고, ‘온힘’이나 ‘온마음’ 같은 낱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젖먹던 힘”을 넣어도 되고,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내”를 넣어도 됩니다. “있는 힘껏” 애쓰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을 알맞게 지어서 쓰면 돼요. 4339.5.15.달/4342.3.20.쇠/4347.3.25.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온힘을 다한다

 

한자말 ‘혼신(渾身)’은 ‘온몸’을 가리킵니다. 다른 뜻이 더 없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265) 혼신의 2 : 혼신의 용기

 

슈베르트는 혼신(渾身)의 용기를 냈다
《폴 란돌미/김자경 옮김-슈베르트》(신구문화사,1977) 138쪽

 

 혼신(渾身)의 용기를 냈다
→ 마지막 기운을 냈다
→ 다부지게 기운을 냈다
→ 다시금 힘을 모았다
→ 젖먹던 힘까지 냈다
 …

 

  ‘혼신’ 뒤에 묶음표를 치고 한자를 넣으면 이 낱말이 무슨 뜻을 가리키는지 한결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이처럼 묶음표를 붙일 일이 아니라, 묶음표를 벗기고 한자도 털면서 쉽고 또렷하게 글을 쓸 때에 알맞으리라 생각합니다.


  ‘온몸’을 가리키는 한자말 ‘渾身’입니다. 그러니 이 낱말을 넣으면, “온몸에 있는 기운을 낸다”는 소리입니다. 온몸에 있는 기운을 낸다고 한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있는 힘껏 쥐어짜낸다”는 소리, 곧 “젖먹는 힘을 다한다”는 이야기예요.


  이렇게 맨 밑바닥에 있는 힘까지 뽑아내려고 하는 일은, 다부지게 마음을 먹으면서 하는 일입니다. ‘야무지’게, ‘야물딱지’게, ‘당차’게 하는 일입니다.


  글흐름을 살피면, 슈베르트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운을 내어 어떤 일을 하려고 합니다. 자꾸자꾸 힘들고 고달프지만 ‘다시금’ 기운을 낸다고 할 수 있어요. ‘굽히지 않고’ 기운을 내거나 ‘다시 기운을 차리고 주먹을 불끈 쥡’니다. 마지막으로 더 기운을 낸다는 뜻을 살리자면 ‘마지막’이라는 낱말을 넣어야 알맞고, 씩씩하게 다시 일어서겠다는 뜻을 살리자면 ‘다시금’이나 ‘새롭게’ 같은 낱말을 넣어야 알맞습니다. 4341.3.14.쇠/4347.3.2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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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는 마지막 기운을 냈다

 

한자말 ‘용기(勇氣)’는 “씩씩하고 굳센 기운”을 뜻합니다. 이 한자말을 그대로 써도 되지만, “씩씩하게 기운을 내다”라든지 “씩씩하다”라든지 “기운을 내다”처럼 쓰면 한결 낫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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