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버지’
아이들이 처음 태어났을 적에는 나도 아이들 앞에서 ‘아빠’와 ‘엄마’라는 말을 썼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차츰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말로 바꾼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직 많이 어릴 적에는 ‘아빠 육아일기’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옮겼고, 요즈음에는 ‘아버지 육아일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글을 쓴다.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낱말을 쓰듯이, 어버이인 나도 스스로 ‘아버지’요 ‘어머니’로구나 하고 느끼는 셈이리라. 혀가 짧은 아이들이 아직 소리를 제대로 못 내어 ‘아빠’와 ‘엄마’라 한다고도 하지만, 두 아이와 살아가며 지켜보니, 아이들한테 처음부터 ‘어머니’와 ‘아버지’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돌쟁이일 적에도 이 말을 잘 따라한다. ‘할머니’라고 말을 잘 하는데 왜 ‘어머니’라고 못 하겠는가.
아이들이 날마다 새롭게 배운다면 어른들도 날마다 새롭게 배운다. 아이들이 날마다 새 빛을 누린다면 어른들도 날마다 새 빛을 누린다. 아이들이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빛이 없으면 어른들도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빛이 없다. 아이들만 배우는 일이란 없다. 어른들이 함께 배우지 않으면, 살림이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더러 가끔 ‘할머니·할아버지’ 말고 ‘할매·할배’라는 말을 쓰라고 이야기한다. ‘아줌마·아저씨’ 말고 ‘아지매·아재’라는 말을 쓰라고도 이야기한다. 우리 식구가 전라도 시골에서 살기도 하지만, 말을 말답게 듣고 익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떤 말을 쓰든 아이가 스스로 받아들일 텐데, 어른이 스스로 말을 제대로 쓰지 않거나 들려주지 못하면,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즐겁게 쓰고 싶은 말을 알 길이 없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