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21) 파란의 1 : 파란의 조짐

 

파란의 조짐입니다
《후지무라 마리/정효진 옮김-소년소녀학급단 (2)》(학산문화사,2010) 97쪽

 

 파란의 조짐입니다
→ 물결이 칠 듯합니다
→ 물결이 칠 낌새입니다
→ 너울이 칠 듯합니다
→ 너울이 일 듯합니다
→ 크고작은 물결이 치려 합니다
 …

 


  일본책을 많이 번역해서 읽는 한국입니다. 일본책을 슬기롭게 번역하면서 한국말로 알맞게 적기도 하지만, 슬기롭지 못하게 번역한데다가 알맞지 못하게 적는 일이 흔하기에, 한국말은 한국말답지 못하고 번역투나 일본 말투로 어지럽기 일쑤입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일본에서 한국책을 많이 번역한다고 할 적에도 ‘한국 말투가 일본 말투로 스며들까’ 궁금해요. 한국책을 영어로 번역한다고 할 적에도 ‘한국 말투가 영어로 스며들는지’ 궁금합니다.


  곰곰이 살피면, 한국사람은 아직 한국말을 제대로 모르거나 올바로 못 깨닫지 싶습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채 영어나 일본말이나 여러 외국말을 배워서 번역하기에, 자꾸자꾸 한국말이 뒤틀리거나 비틀리지 싶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문법으로는 한국말을 제대로 배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책 몇 권 읽었기에 한국말을 슬기롭게 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의사소통이 되는 눈높이라서 한국말을 알맞게 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보기글에 나오는 ‘파란’이나 ‘조짐’이라는 낱말을 한국사람이 언제부터 썼을까 생각해 보셔요. 한글로 적을 때 ‘파란’은 파랑이라는 빛깔을 가리킬 때에 한국말입니다. 한글로 ‘조짐’이라 적으면, 이 글을 몇 사람이나 알아들을 만할까요. 처음부터 낱말을 슬기롭게 고르고, 말투를 알맞게 다스려야 비로소 한국말이 됩니다.


  무언가 일이 생길 듯하다는 느낌을 나타내려고 “크고작은 물결이 칠 듯합니다” 하고 말하는 보기글입니다. 그러니, “무언가 일이 생길 듯합니다”처럼 적을 수도 있어요. “곧 무슨 일이 터질 듯합니다”처럼 적어도 돼요. 4347.3.1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크고작은 물결이 칠 듯합니다

‘조짐(兆朕)’은 ‘낌새’나 ‘느낌’으로 다듬습니다. ‘파란(波瀾)’은 “(1) = 파랑(波浪) (2) 순탄하지 아니하고 어수선하게 계속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시련”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파랑(波浪)’은 “잔물결과 큰 물결”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두 가지 물결을 아울러 가리켜야 하는 자리라면 ‘파랑’을 쓸 만한데, 꼭 두 가지 물결을 가리켜야 하지 않는다면 ‘물결’이라고만 쓰면 됩니다. 보기글에서는 ‘물결’로 쓰면 되고, ‘파란 (2)’처럼 어려움을 가리키려 한다면 “큰 물결”을 뜻하는 ‘너울’을 쓸 수 있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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