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오월이 낮은산 너른들 13
박형권 지음, 송진욱 그림 / 낮은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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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59



문명 사회와 돼지농장

― 돼지 오월이

 박형권 글

 송진욱 그림

 낮은산 펴냄, 2012.6.15.



  박형권 님이 쓴 동화책 《돼지 오월이》(낮은산,2012)를 읽습니다. 동화책 《돼지 오월이》는 하늘농장에서 태어난 새끼 돼지 한 마리가 여느 돼지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나날을 그린 작품입니다. 처음 태어날 적에는 곧 죽을듯이 골골거렸으나 사람 손길을 타며 살아났고, 다른 돼지와 달리 ‘오월’이라는 이름을 얻은 뒤, 하늘농장에서 지내던 ‘송이’라는 아이와 마음으로 속삭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민이와 송이는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그래서 아버지 일을 돕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  (14∼15쪽)



  동화책 《돼지 오월이》에 나오는 오월이는 집돼지였으나 송이네 식구가 하늘농장에서 나가야 한 뒤로, 들돼지로 삶을 바꿉니다. 송이네 식구는 하늘농장을 돌보는 일을 할 뿐이었고, 농장 임자가 돼지들을 팔려고 하면서 농장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러니, 돼지 오월이도 도축장으로 가서 죽을 목숨이었어요. 오월이도 짐차에 실려 도축장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오월이를 낳은 어미 돼지가 짐차 자물쇠를 부수었고, 오월이는 짐차에서 뛰어내려 혼자 살아가는 길로 갔어요.


  들돼지가 된 오월이는 숲에서 여러 동무를 만납니다. 오월이가 만난 동무는 사람 손에 길들여졌거나 사랑받다가 쫓겨나거나 내뺀 목숨입니다. 사람한테서 즐거움과 사랑을 받기보다는 괴롭힘과 미움을 받은 목숨입니다. 돼지 오월이와 여러 ‘짐승 동무’는 사람들 등살에 시달리면서도,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돕기도 하고, 이러다가 다시 사냥꾼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애씁니다.



.. 동물들 위에 군림하던 그들이 일순간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비굴해 보였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서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빗줄기가 무겁게 쏟아지는 그 유기동물보호소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125쪽)



  동화책 《돼지 오월이》는 돼지 오월이가 보낸 한때를 그립니다. 집돼지로 살았으나 앞으로 들돼지로 살아갈 돼지 오월이 모습을 그립니다. 오월이는 도축장으로 가는 짐차에서 홀로 뛰어내렸고, 다른 돼지는 짐차에서 뛰어내리지 않습니다. 돼지들은 하늘농장에 있을 적부터 농장 울타리를 뛰어넘어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을 만했지만, 돼지들은 농장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송이네 아버지가 돼지들을 살뜰히 보살폈다고 하지만, 돼지는 사람 손길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목숨이 아닙니다. 돼지는 돼지대로 스스로 살아갈 목숨이에요.


  개도 고양이도 이와 같습니다. 사람이 집에서 밥을 챙겨 주어야 살아가는 개나 고양이가 아닙니다. 개는 개대로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저희 삶을 가꿀 노릇입니다.


  참새는 참새 스스로 먹이를 찾고, 까치는 까치 스스로 먹이를 찾습니다. 개미는 개미 스스로 먹이를 찾으며, 사마귀는 사마귀 스스로 먹이를 찾아요.


  그런데, 사람은 스스로 먹이를 일구거나 가꾸지 않기 일쑤입니다. 지난날에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제 밥을 지어서 먹었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스스로 제 밥을 지어서 먹지 않아요. 돈만 벌어요. 오늘날에는 스스로 먹는 밥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자라는가를 헤아리지 않아요. 지난날에는 누구나 스스로 먹는 밥이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가를 알고 살폈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밥과 삶을 하나로 모두지 않습니다.



.. “너희들에게도 날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나처럼 한 방향으로 곧바로 날아갈 수 있을 텐데.” “우리에게도 날개가 있어.” “날개가 있다고?” “하늘농장으로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우리의 날개야.” ..  (140쪽)



  동화책 《돼지 오월이》를 덮고 생각에 잠깁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 님이 살던 지난날이라면, 들돼지도 들개도 들원숭이도 들새도 모두 들에서 스스로 삶을 일구었습니다. 사람 손을 탈 일이 없고, 사람한테 기댈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니스트 톰슨 시튼 님이 들짐승 이야기를 그릴 적에는 언제나 들내음이 나고 들빛이 감돌았습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들짐승이 들삶을 가꾸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온갖 고속도로와 공장과 골프장과 발전소를 시골에도 지어대거든요. 시골에 짓는 농장도 화학사료와 항생제를 먹이면서 좁은 곳에 짐승들을 잔뜩 가둡니다. 사람은 사람 스스로 사람답게 살지 못하고, 짐승은 짐승 스스로 짐승답게 살아가지 못합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아이답게 자라거나 배우지 못합니다. 오직 대학입시에 얽매여야 합니다. 학교를 마친 뒤에는 다달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쳇바퀴를 돌면서 제 삶을 스스로 찾지 못합니다. 그러니, 동화책 《돼지 오월이》에 나오는 돼지 오월이가 농장을 벗어나 숲에서 지낼 적에 돼지다운 돼지 모습으로 숲살이를 누리는 이야기가 흐르지 않아요. 자꾸자꾸 사람들과 부대끼고 끝없이 사람과 복닥입니다.


  아이들은 동화책 《돼지 오월이》를 읽으며 무엇을 생각할 만할까 궁금합니다. 동화책 《돼지 오월이》는 어른이 아이한테 어떤 마음밥으로 베푸는 선물이 될까 궁금합니다. 문명 사회와 도시 문화를 살며시 나무라는 이야기로 여길 만하지만, 문명 사회와 도시 문화를 나무라면서 어떠한 빛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이 동화책에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막다른 벼랑으로 내달리는 문명 사회와 도시 문화를 꾸짖으면서 어떠한 사랑과 꿈을 노래할 만한지, 이 동화책은 제대로 밝히지 못합니다. 4347.3.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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