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글 하나로 살아나는 책읽기

 


  2013년 11월에 나온 사진책이 있다. 이 사진책을 책상맡에 한참 둔 끝에 2014년 1월에 느낌글을 썼고, 2014년 3월에 나오는 사진잡지에 사진비평으로 느낌글을 실었다. 십일월과 십이월, 여기에 일월과 이월까지 더한 넉 달이 있기에 느낌글이 태어난 셈이다.


  어느 책은 책방에서 장만한 그날 곧장 다 읽어내어 느낌글까지 새삼스레 쓰곤 한다. 어느 책은 장만한 지 여러 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느낌글을 쓰곤 한다. 어느 책은 처음 장만한 뒤 열 해나 스무 해쯤 지난 뒤 드디어 마음으로 읽혀 느낌길을 쓰곤 한다.


  모든 책은 읽는 때가 있다. 모든 글은 쓰는 때가 있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내 책상맡에 놓은 책이 마음으로 스며들 때를 조용히 기다린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 책상맡에서 쓰고픈 글이 샘솟을 때를 천천히 기다린다.


  배고플 때에 밥을 차려서 먹듯이, 마음이 바랄 적에 책을 읽는다. 배고플 때를 헤아려 흙을 일구어 씨앗을 심어 돌보듯이, 마음이 따사롭게 부풀 수 있게끔 아름다운 책을 미리 장만해서 집안에 둔다. 책읽기는 밥먹기와 같다면, 책을 장만하는 일은 씨앗심기와 같다. 책읽기는 삶읽기와 같다면, 책을 장만하는 일은 삶을 아름답게 북돋우려는 손길과 같다. 그리고, 책읽기와 삶읽기는 ‘책을 즐겁게 읽고 난 느낌’을 글로 갈무리하면서 새롭게 살아난다. 느낌글을 쓰면서 책 하나를 새삼스레 헤아리고, 느낌글을 마무리짓고 나서 오늘까지 가꾼 내 삶을 새롭게 깨닫는다. 4347.2.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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