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사는 법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도시에서는 이맛살을 찌푸릴 일이 으레 있기 때문이다. 짓궂달까, 뻔뻔하달까, 얄궂달까, 어처구니없달까, 그런 사람을 이곳이나 저곳에서 부딪히곤 했다. 내가 그런 사람들을 불러들인 셈일까. 내 마음에 티끌이 있어, 다른 티끌이 있는 사람을 끌어당긴 셈일까.


  도시에서라면 한 해 동안 치를 달삯이지만, 시골에서는 ‘도시에서 들이던 한 해치 달삯’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시골에서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돈이 남는’ 셈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보다, 너무 많은 사람한테 치이지 않을 수 있어 홀가분하다. 시골집에서만 머물면 가장 즐겁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먹고 자고 일하고 쉬고 꿈꾸고 사랑하면 더없이 아름답다.


  가끔 시골에서도 여러 사람을 만난다. 스치기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시골에서도 아주 드물게 뻔뻔하달까, 짓궂달까, 씁쓸하달까, 안쓰럽달까 싶은 사람을 보곤 한다. 저이는 어쩜 저렇게 이 시골에서 살아갈 수 있으랴 싶기도 하다. 곁님과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깨닫는데, 저이는 저렇게 뻔뻔하달까 짓궂달까 씁쓸하달까 안쓰럽게 보이는 그 모습 그대로 이제까지 살아왔다. 저이는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그 모습 그대로이기에 이제까지 살림을 꾸릴 수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법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사랑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꿈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믿음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꿍꿍이로 살아가고, 누군가는 뻔뻔함으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씩씩함으로 살아가고, 누군가는 야무짐으로 살아간다. 그뿐일 테지. 나는 오늘까지 무엇으로 살아왔을까. 나는 앞으로 무엇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남을 말하기 앞서 내 모습을 돌아보자. 그이들은 바로 나한테 내 삶은 어떤 빛인가 돌아보라고 일깨우려는 뜻으로 나타났는지 모른다. 4347.2.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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