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95] 달걀부침

 


  우리 집 아이들은 ‘계란후라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릅니다. 곁님과 내가 이런 말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드나들지 않고, 바깥밥집이나 이웃집에 찾아가는 일이 드물기도 해서 이런 말을 들을 일조차 없습니다. 이웃집 마실을 아이들과 할 적에 함께 밥을 먹는다면, 이웃집에서 아이들 입맛에 맞을 먹을거리가 무엇이 있을까 헤아리면서 달걀을 부쳐 주시곤 하는데, 아이들이 못 알아들으니 으레 갈팡질팡하시곤 합니다. ‘계란후라이’가 아니면 무어라 말해야 할는지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합니다. 그런데, 부침개를 하거나 지짐이를 해요. 빈대떡이건 ‘전(煎)’이건 부치거나 지집니다. 달걀을 톡 깨서 넓게 편 다음 기름으로 지글지글 익힌다면, 이렇게 지글지글 익히는 그대로 ‘달걀부침’이나 ‘달걀지짐’입니다. 딱히 우리 말글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이런 낱말을 쓰지 않아요. 꽃지짐을 하고 부추부침을 합니다. 오리알을 톡 깨서 지글지글 익힌다면, 오리알부침이나 오리알지짐이 될 테지요. 언제나 그러할 뿐입니다. 4347.2.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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