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25) -의 시작 1 : 비극의 시작

 

이 비극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렇게 과격하게 테러를 행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일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김미라-책 여행자》(호미,2013) 23쪽


 이 비극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 이 비극이 일어난 자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 이 비극이 생긴 곳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 이 비극이 비롯한 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 이 비극이 어디에서 비롯했는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

 


  처음을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난 첫 자리를 떠올립니다. 사람이 태어나고 사랑이 피어나는 첫머리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그립니다.


  언제부터 사랑이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시작”이 아닌 “사랑이 피어난 자리”를 떠올립니다. 사랑이 언제 싹트고 어떻게 자랐는가 돌아봅니다.


  처음 눈을 뜬 자리가 있습니다. 처음 비롯한 곳이 있습니다. 처음 생겨난 발판이나 바탕이 있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아주 조그마한 데에서 스멀스멀 꿈틀꿈틀 움직였겠지요.


  실마리가 무엇인가 헤아립니다. 실타래를 어떻게 엮는지 살펴봅니다. 조그마한 실마리가 차츰 커다란 실타래로 바뀌겠지요. 4347.2.22.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비극이 어디에서 비롯했는가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렇게 끔찍하게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일이 없다.

 

“과격(過激)하게 테러를 행(行)한”은 “끔찍하게 테러를 저지른”이나 “무시무시하게 테러를 한”으로 손봅니다. “제대로 읽어 본 일이 없다는 사실(事實)이 문제(問題)였다” 같은 글은 군더더기가 붙었습니다. 이 글에서 ‘사실’은 ‘것’과 같은 쓰임이고, ‘문제’는 ‘말썽’이나 ‘일’을 가리킵니다. 단출하게 가다듬어 “제대로 읽어 본 일이 없다”로 끊으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작(始作)’은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을 뜻하는 한자말이라고 합니다. 이 한자말을 한국사람이 언제부터 썼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이 한자말을 쓴 역사는 아주 짧습니다. 한국사람은 “처음과 끝”이라고 말하며 살았습니다. “시작하자!”라 하지 않고 “하자!”라 말하며 살았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첫머리’를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보기글에서 “이 비극의 첫머리”라고 손질해도 ‘-의’는 고스란히 남습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말투 아닌 한국사람이 쓰는 말투로 헤아려, “비극이 비롯한 곳”이나 “비극이 어디에서 비롯했는가”처럼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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