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이기는 글쓰기

 


  끝날 듯 끝날 듯하면서 끝나지 않는 일이 있다. 서울시 공문서를 손질해 주는 일을 한다. 내가 할 몫은 끝났으나, 새로운 몫이 자꾸 생긴다. 새로운 몫을 더 맡으며 일을 하다가 생각한다. 아직 새로운 몫이 있으면 내 일은 더 있는 셈이요, 더 배우고 살필 대목이 있다는 뜻이라고.


  서울마실을 하기 앞서까지 엉덩이가 아프도록 걸상에 앉았고, 서울마실을 마친 뒤로도 몸을 못 쉬고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걸상에 앉는다. 일을 쉬며 밤잠을 잘 적에는 엉덩이가 아파 모로 눕는다. 나중에는 허벅지까지 아프다.


  옛날 사람들이 책상맡에서 손으로 원고지에 글을 쓸 적에는 엉덩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하루 내내 책상맡에서 타자를 하거나 주판을 놓아야 하던 경리들은 엉덩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자리에 못 앉도록 일으켜세워 하루 내내 일을 시킬 적에도 몸이 고단할 테지만, 자리에 꼼짝없이 앉혀서 하루 내내 일어서지 못하도록 시킬 적에도 몸이 고달프리라 느낀다. 사람은 일어서기도 하고 앉기도 해야 한다. 눕기도 하고 걷기도 해야 한다. 조금만 더 하자는 마음으로 버틴다. 얼마쯤 버티면 이 일을 마칠 수 있을까. 엉덩이에 살점이 많은 우리 몸 얼거리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엉덩이에 살점이 많아야 더 오래 걸상에 앉을 만할까. 엉덩이에 살점이 없으면 누워서 쉬기도 어렵겠지. 4347.2.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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