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쪽빛문고 11
가코 사토시 지음, 고향옥 옮김, 김웅서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6

 


바다와 사람과 지구별
―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가코 사토시 글·그림
 고향옥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2009.9.30.

 


  일본에서 1969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청어람미디어)는 한국에서 2009년에 번역합니다. 그런데 나는 이 그림책을 1980년대에 해적판으로 본 일이 떠오릅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바닷속 모습을 어느 책인지 그림책인지 몰래 훔쳐서 썼지 싶어요. 한국에서는 1999년 12월 31일까지 세계저작권을 지키지 않았어요. 미국에서 나온 책이든 일본에서 나온 책이든 몰래 펴내곤 했습니다. 한국에서 펴낼 만하다면 그만큼 한국 아이들한테 도움이 되면서 좋다고 할 만하겠지요. 안 좋은 책을 애써 번역해서 낼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아름다운 책을 아름다운 손길로 가다듬고 묶어서 펴내야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아름다운 책을 안 아름다운 손길로 몰래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1980년대를 살던 아이들이, 또 1970년대나 1990년대를 살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한국땅 어른들이 몰래 훔쳐서 펴낸 그림책을 모르겠습니까.


.. 얕은 바다에는 이밖에도 재미있는 생물이 많이 살고 있답니다. 그러나 얕은 바다는 언젠가 메워져 공장이 들어서거나 깊이 파여 항구가 되어 그 모습이 확 바뀌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  (7쪽)


  마흔 해만에 제대로 번역한 그림책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를 찬찬히 읽으며 생각합니다. 번역글은 매끄럽지 않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을 사람은 바다학자 아닌 어린이입니다. 이 그림책은 과학자 아닌 어린이한테 맞추어 나왔습니다. 그러면, 이 책에 담을 낱말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야겠지요. 이를테면, “내해는 육지로 둘러싸여 있어 파도가 많이 일지 않아 조용합니다(8쪽).” 같은 글은 “안바다는 뭍으로 둘러싸여서 물결이 크게 일지 않아 조용합니다.”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어쩌면 오늘날 한국 어린이한테는 ‘뭍’보다 ‘육지’ 같은 한자말이 익숙할는지 몰라요. 어른들은 아이한테 ‘물결’이라는 한국말은 안 가르치고 ‘파도’라는 한자말만 쓸는지 모릅니다.


  생각해 볼 일이에요. 물결이든 파도이든 ‘많이’ 일지 않습니다. 크게 일거나 작게 입니다. ‘둘러싸여 있어’와 같은 글꼴은 한국 말투가 아닙니다. ‘둘러싸여’처럼 적어야 한국 말투입니다. 낱말도 낱말이지만 말투를 제대로 추스를 수 있어야 해요. “굴은 조개의 한 종류입니다(9쪽).” 같은 글을 헤아려 보셔요. “굴은 조개 가운데 한 가지입니다.”나 “굴은 조개 가운데 하나입니다.”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 물고기를 더 많아지게 하거나 더 크게 자라게 하는 바다목장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도 바닷속에서 일을 하거나 살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바닷속, 바다 밑바닥은 육지 위와 똑같이 자꾸자꾸 열리고 있습니다 ..  (17쪽)


  그림책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는 아이들이 바다를 가까이 마주하면서 살가이 보듬도록 이끕니다. 바닷속으로 십 미터 백 미터뿐 아니라 천 미터까지도 깊이 들어가면서 돌아보는 그림책이에요. 바닷가 모래밭이랑 갯벌부터 지구별을 두루 살피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너른 눈길과 깊은 마음길을 가다듬을 만합니다.


  참 잘 빚은 그림책이라 생각하는데, 여러모로 좋은 대목을 많이 엿보면서도 꼭 한 가지에서 걸립니다.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를 사람한테 쓸모있게 개발하자’는 쪽에서 바라봅니다. 바다 깊은 곳과 바닷가에 공장을 짓고, 바다 깊은 곳에 길을 내며 온갖 기계로 파헤치는 쪽에서 바라봐요. 갯벌이 어떤 노릇을 하고, 물결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짚지 않습니다. 물과 뭍이 서로 어떻게 얽히면서, 지구별 숨결이 서로 어떻게 잇닿는가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바다 자원’과 ‘바다 개발’이라는 눈높이로만 바라보기에, 기계를 많이 써서 바닷고기를 잔뜩 낚은 탓에 바닷고기 씨가 말라 ‘양식장’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얼거리를 제대로 밝히지 않습니다. ‘바다 자원을 관리’하면서 ‘현대 문명이 끝없이 치닫는 흐름’을 아주 좋거나 바람직한 쪽에서 바라봅니다.

 


.. 여러분도 바다를 조사하고 탐험해 보고, 바다를 사랑해 주세요 ..  (39쪽)


  바다는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요.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면서 어깨동무할 때에 사랑이 될까요. 바다는 어떠한 곳일까요. 뭍은 어떠한 곳일까요. 지구별은 어떠한 곳일까요. 우리 어른들은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면서 보듬을 때에 아름다울까요. 우리 아이들은 바다에서 무엇을 느끼면서 무럭무럭 자랄 적에 아름다울까요.


  바다를 왜 조사하고 탐험해야 할까 궁금합니다. 바다를 조사하거나 탐험하는 사람은 바다를 어떻게 하고 싶은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바다에 끝없이 쓰레기를 버릴 뿐 아니라, 바닷속에서까지 핵폭탄 실험을 하는 과학자와 산업국가 정책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바다를 더럽히는 목숨은 오직 사람뿐입니다. 바다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목숨도 오직 사람뿐입니다. 사람들은 지구별에서 바다를 어떻게 건드리는 목숨일까요? 사람들은 지구별에서 바다를 어떻게 바꾸고 싶을까요?


  바다는 사람한테 개발되고 싶을까요. 바다는 사람 손길에 길들고 싶을까요. 바다는 한낱 양식장 노릇을 하는가요. 바닷가에 공장과 발전소와 군부대를 잔뜩 만들어 놓는 정책은 바다를 제대로 알거나 사랑하거나 지키거나 돌보려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을까요. 4347.2.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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