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상말
 621 : 고진감래

 

여행은 사서 하는 고생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
《박 로드리고 세희-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라이팅하우스,2013) 127쪽

 


 고진감래(苦盡甘來)
→ 고생 끝에 즐거움
→ 고단한 길에 맛보는 즐거움
→ 쓴맛 뒤에 단맛

 


  고단하거나 괴로운 일을 굳이 사서 겪는다고 하는 ‘여행’입니다. 이와 달리 ‘나들이’나 ‘마실’이나 ‘들놀이’는 고단하거나 괴로운 일을 굳이 사서 겪으려 하지 않습니다. 즐거우려고 다니는 나들이요 마실이며 들놀이입니다. 기쁘게 웃으면서 함께 놀려고 하는 나들이요 마실이며 들놀이입니다.


  한자말 ‘여행’이 우리 삶자락으로 들어오기 앞서 누구나 ‘나들이·마실·들놀이’ 같은 낱말을 썼을 텐데, ‘일본여행’을 ‘일본나들이’나 ‘일본마실’처럼 고쳐서 쓸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여행’이라는 낱말에는 일부러 고단하거나 괴로운 일을 겪기도 하면서 새로운 이웃을 만난다는 느낌을 담지 싶어요. 이리하여 이 보기글에서도 “여행은 사서 하는 고생이다” 하면서 ‘고진감래’라고 덧붙이리라 봅니다.


  그런데, ‘고진감래’라 적고, 한자로 ‘苦盡甘來’를 붙일 적에 뜻이나 느낌이 얼마나 잘 살아날까 아리송합니다. “사서 하는 고생이다”라 적었으니, 굳이 뒤에 똑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적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뜻과 느낌을 찬찬히 풀어 “고단한 길 끝에 달콤한 빛이 있다”라든지 “고단하게 걸은 뒤에 환하게 웃는다”라든지 “힘겨이 다니면서 새로운 사랑을 배운다”처럼, 스스로 여행길에서 누린 새삼스러운 빛과 꿈과 사랑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면 한결 나으리라 느껴요.


  다른 자리에서는 “쓴맛 뒤 단맛”이라든지 “괴로움 끝 기쁨”이라든지 “눈물 뒤 웃음”이라든지 “눈물 끝 기쁨”처럼 적어 볼 수 있습니다. 4347.1.30.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여행은 고단한 일을 사서 한다. 고단한 길 끝에 달콤한 빛이 있다

 

“괴롭고 수고로운 일을 겪음”을 뜻하는 한자말 ‘고생(苦生)’입니다. 곧, 한국말로 하자면 ‘괴로움’입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는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옴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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