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낮에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 마실을 다녀온다. 마을을 벗어날 즈음, 짐차 한 대가 자전거 옆으로 지나간다. 수레에 앉은 네 살 작은아이가 문득 코를 싸쥐며 “아우 냄새. 자동차 냄새 싫어.” 하고 말한다. 큰아이도 어릴 적부터 이 말을 곧잘 했다. 참말,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배기가스와 기름 타는 냄새가 난다. 우리 식구는 자가용을 안 타고 두 다리로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냄새를 잘 느낀다. 곁님은 몸이 많이 안 좋다 보니 한결 이런 냄새를 잘 느끼고, 나 또한 그리 몸이 튼튼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이런 냄새를 똑똑히 느끼곤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시골에서 살아가며 늘 마시는 싱그러운 바람하고는 사뭇 다른 ‘죽음 냄새’인 터라 달갑지 않다.


  저녁에 아이들 재우고 영화를 하나 본다. 〈벚꽃, 다시 한 번 카나코〉라는 영화이다. 영화이름이 애틋하구나 싶어 찬찬히 보는데,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가려는 어린 ‘카나코’가 그만 자동차에 치여 죽는다. 이런. 처음부터 이렇게 아픈 이야기가 나오나. 어여쁜 아이를 잃은 어머니와 아버지 아픔이 잔잔히 흐른다. 이 아픔을 어떻게 말로 나타낼 수 있을까. 이 슬픔을 어떻게 그림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한다. 통계에도 나오지만, 전쟁터에서 죽는 사람보다 자동차에 치여 죽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한다. 이 나라에 총이나 칼이 마구 춤추지 않지만, 곰곰이 살피면 ‘자동차’라는 총칼과 탱크와 전투기와 미사일과 폭탄이 춤춘다고 할 수 있다.


  교통사고란 무엇일까. 교통사고는 그저 교통사고일 뿐인가. 앞으로도 자동차만 헤아리는 정책이 끊이지 않아야 할까. 앞으로도 고속도로와 고속국도는 끝없이 늘어나기만 해야 할까. 4347.1.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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