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41] 아이들 발소리
듣기
― 겨울바람 사이로 귀를
기울여
아이가 걷습니다. 처음 발걸음 디딜 수 있던 날부터 일곱 살을 맞이한 일월 한복판을 걷습니다. 큰아이가 처음 걸음을 디딘 곳은
인천 골목동네입니다. 그럭저럭 자동차 뜸한 골목이었지만, 아이가 내딛는 걸음을 느긋하게 누리려 할 적마다 앞과 뒤에서 자동차가 오르내렸습니다.
아이는 골목마실을 하면서 더 신나게 걷지 못했습니다.
큰아이가 세 살 적부터 시골로 옮겨 살아갑니다. 큰아이는 자동차를 거의 걱정하지 않으면서 걷고 달리며 뜁니다. 가끔 지나가는
짐차나 택배차나 군내버스 소리를 듣기는 하는데, 워낙 지나다니는 자동차가 적으니, 마당에서 놀다가도, 또 대청마루에서 놀다가도, 무슨 자동차가
지나가는지 알아차립니다. 언제나 비슷한 때에 비슷한 자동차가 지나가거든요. 우체국 오토바이 소리라든지, 마을 이장님 짐차라든지, 저기 마을
어귀로 군내버스 지나가는 소리라든지, 우리 집에 들르는 택배차라든지, 언제나 거의 어김없이 비슷한 때에 똑같은 소리로 지나가요.
자동차가 적을 적에는 이렇게 자동차마다 다른 소리를 헤아리는데, 자동차가 많은 곳에서 살면 아이 귀는 어떤 소리를 받아들일까요.
그리 궁금하지는 않아요.
시골집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아이가 듣는 소리는 바람소리입니다. 풀벌레 노랫소리입니다. 개구리와 멧새와 제비가 들려주는
노랫소리입니다. 나뭇가지 흔들리고 풀잎이 눕는 소리를 듣습니다. 더 귀를 기울이면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와 꽃씨 흩어지는 소리를 듣겠지요.
민들레와 같이 솜털 같은 씨앗이 날아가는 소리도 곧 들을 만하리라 생각해요. 아침저녁으로 제비꽃과 괭이밥꽃 피고 지는 소리를 머잖아 듣기도
하리라 느껴요.
두 아이와 마을 한 바퀴 돌면서 아이들 발걸음 소리를 듣습니다. 사뿐사뿐 나긋나긋 가뿐가뿐 느긋느긋 디디는 발소리를 듣습니다.
폭신한 신을 신고 디디는 발소리는 아주 작습니다. 그렇지만 보록보록 디디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요. 겨울바람 솨라라 부는 소리도 듣고, 바람소리
사이사이 흐르는 두 아이 발걸음 다른 소리를 듣습니다. 나풀나풀 나비와 같고, 너풀너풀 날갯짓을 하는 발소리를 빙그레 웃으면서 자꾸자꾸 듣고 또
듣습니다. 4347.1.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