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08) 정正- 1 : 정말
에밀이 만든 ‘거렁뱅이 지팡이’는 정말 멋졌어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에밀의 325번째 말썽》(논장,2003) 25쪽
정말 멋졌어요
→ 참말 멋졌어요
→ 참으로 멋졌어요
→ 참 멋졌어요
→ 말 그대로 멋졌어요
→ 그야말로 멋졌어요
→ 아주 멋졌어요
…
‘正말’은 외마디 한자말입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모두 일곱 가지 쓰임새가 나옵니다. “(1) 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임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사실을 말할 때 쓰는 말 (3) 자신의 말을 강하게 긍정할 때 쓰는 말 (4) = 정말로 (5) 어떤 일을 심각하게 여기거나 동의할 때 쓰는 말 (6) 어떤 일에 대하여 다짐할 때 쓰는 말 (7) 어떤 사람이나 물건 따위에 대하여 화가 나거나 기가 막힘을 나타내는 말”와 같이 나오는데, 한국말로는 ‘참말’이며, ‘정말’이라는 낱말을 쓰는 일곱 자리 모두 ‘참말’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정말’은 ‘참말’로 손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참으로’나 ‘참’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또는 ‘말 그대로’라든지 ‘그야말로’라든지 ‘아주’나 ‘매우’로 손질할 수 있어요. 글흐름에 따라 알맞게 손질하면 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정말’이라는 낱말을 언제부터 썼을까요. 임금님과 지식인은 한자를 받아들여 썼지만, 여느 한겨레는 한자를 안 받아들였고 안 썼어요. 더군다나 ‘참말’이라는 낱말이 있는데, 한자인 ‘正’과 한국말인 ‘말’을 더한 낱말을 누가 왜 지어서 썼을까 궁금합니다.
그런데, ‘참말’은 으레 고장말로 여기고,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거의 다 ‘정말’만 씁니다. 교과서와 어린이책과 문학책에서도 ‘참말’을 쓰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아이들한테 어떤 말을 물려줄 때에 아름다울까요.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어떤 말을 아끼고 사랑할 때에 아름다울까요. 4347.1.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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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이 만든 ‘거렁뱅이 지팡이’는 참말 멋졌어요
지금까지 한 말은 정말이다 → 이제까지 한 말은 참말이다
정말은 우리 집은 큰 부자가 아니란다 → 참말은 우리 집은 큰 부자가 아니란다
정말이지, 요새 같아선 살기가 힘들어 → 참말이지, 요새 같아선 살기가 힘들어
이어도가 정말 존재할까 → 이어도가 참말 있을까
정말! 어쩌면 그런 일이 있을까 → 참말! 어쩌면 그런 일이 있을까
차후로는 다시 싸우지 맙시다, 정말 → 앞으로는 다시 싸우지 맙시다, 참말
이 사람이 정말 → 이 사람이 참말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