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나누는 골목집

 


  아파트는 햇볕을 나누지 않는다. 빌라 또한 햇볕을 나누지 않는다. 새마을주택이건 적산가옥이건 판잣집이건, 나즈막한 골목집은 모두 햇볕을 나누면서 살아왔다. 골목집을 허무는 때부터 햇볕은 돈이 더 있는 사람들 집이 몽땅 끌어안는다. 서로 어깨 맞댄 채 살던 작은 사람들은 햇볕을 함께 골고루 나누려고 했지만, 돈을 움켜쥔 사람들은 이녁 아파트와 빌라에만 햇볕이 들도록 새 건물 높이높이 넓게넓게 올린다.


  왜 시골사람이 이층으로 안 올리고 마당을 넓게 두었을까. 시골에서 자라다가 도시로 와서 뿌리내린 사람들이 왜 이층으로 올리더라도 이웃집에 햇볕이 깃들 수 있도록 살피면서 마당을 꼭 따로 두었을까.


  어떤 빌라에도 마당이 없고 꽃밭이 없다. 어떤 아파트에도 꽃밭이나 마당은 아주 비좁을 뿐 아니라 이곳에 햇볕이 들도록 마음을 쏟지 않는다. 어떤 빌라나 아파트에도 이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마당이나 꽃밭이나 텃밭을 누리도록 짓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다가 손바닥만 한 빈틈이 생겨 나무가 자라고, 나무가 자라는 곁에 찰싹찰싹 달라붙어 새봄 기다리는 풀이 돋는다. 도시에서도. 서울 한복판에서도.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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