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68) 존재 168 : 움직이는 존재

 

걷기 현상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까닭은 인간이 ‘움직이는 존재(動物)’기 때문이다
《강제윤-걷고 싶은 우리 섬, 통영의 섬들》(호미,2013) 9쪽


 움직이는 존재(動物)기 때문이다
→ 움직이는 목숨이기 때문이다
→ 움직이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 움직이기 때문이다
 …


  ‘동물’이나 ‘식물’은 한자로 지은 낱말입니다. 이 낱말을 오늘날 따로 한자말로 가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헤아리면, 1800년대나 1700년대에 이런 낱말을 쓴 한겨레는 없습니다. 1500년대나 500년대를 헤아려 보아요. 그무렵에도 어느 누구도 이런 말을 안 썼어요.


  요즈음 사람들은 ‘짐승’을 나쁜 뜻이나 느낌으로만 써 버릇하는데, ‘짐승’이 바로 한국말입니다. ‘짐승 = 동물’이지요. 그리고, ‘풀 = 식물’입니다. 예부터 한겨레는 ‘짐승·풀’로 둘레를 바라보고 느꼈습니다.


  이 보기글을 살펴봅니다. 이 자리에서 “움직이는 목숨(짐승)”처럼 적을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요즈음 사람들 말버릇 때문에 이렇게 적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사람’인 우리들이 어떤 목숨인지 돌아보면 돼요. 사람인 우리들, 또 사람을 둘러싼 온갖 짐승은 ‘움직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도 ‘움직이는’이라고 적어요. 그러면, 움직임이란 무엇일까요? 살아가는 모습이에요. 살아가는 모습이 움직임이니, “움직이며 살아간다”고 적으면 뜻과 느낌이 잘 살아납니다. 단출하게 간추리자면 “사람으 움직이기 때문이다”처럼 적습니다. 4347.1.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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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반짝 하다가 끝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은 사람이 ‘움직이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 “걷기 현상(現象)이”는 “걷기”나 “걷기 바람”으로 다듬습니다. 따로 ‘현상’이라는 낱말은 안 붙여도 됩니다. “일시적(一時的) 유행(流行)”은 “한때 반짝하다가”나 “반짝하다가”로 손보고, ‘지속(持續)될’은 ‘이어질’로 손봅니다.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바로잡습니다. “존재기 때문이다”에서는 토씨를 ‘-기’ 아닌 ‘-이기’로 붙여야 올바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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