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바라보는 마음
날마다 글을 씁니다. 언제나 새롭게 글을 씁니다. 같은 작가가 선보이는 같은 이름 붙인 만화책을 놓고 1권부터 12권까지, 또는 1권부터 30권까지 새로운 느낌글을 쓰기도 합니다. 언뜻 보기로는 같은 작가 작품 이야기라 할 수 있고, 번호만 더 붙은 같은 만화책이라 바라볼 수 있지만, 번호도 이름도 모두 떼어놓고 들여다보면 다 다른 책과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새로운 마음 되어 새롭게 느낌글을 쓸 수 있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후박나무를 바라보면서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 담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이름은 ‘후박나무’라 붙인 뒤 한 시간에 한 꼭지씩 새로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바라보는 후박나무와 어제 바라본 후박나무가 같지 않거든요. 모레에 바라볼 후박나무하고 글피에 바라볼 후박나무도 같지 않아요. 아침과 낮과 저녁으로 흐르는 후박나무 또한 늘 다릅니다. 후박나무 곁에 서도 후박나무 이야기가 다르게 샘솟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데에 있어도 후박나무를 그리는 이야기가 남달리 샘솟습니다.
새롭게 바라보는 마음이란 새롭게 사랑하는 마음일까요. 새롭게 바라보는 마음은 즐겁게 마주하는 마음일까요.
아이들은 날마다 새롭게 자랍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인 나도 날마다 새롭게 자랍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새롭게 웃고 노래합니다. 아이들과 복닥이는 어버이인 나 또한 언제나 새롭게 웃고 노래합니다.
바람이 불어 겨울 날씨 차갑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지난해에도 그러께에도 올해에도 새삼스럽고 새롭게 받아들입니다. 동짓날 지나 해가 차츰 길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곧 봄이 새롭고 새삼스럽게 찾아오겠다고 깨닫습니다. 다음해에도 다다음해에도 새봄은 또 찾아오겠지요.
이야기가 새롭게 흐릅니다. 삶이 늘 새롭기 때문입니다. 같은 책을 열 차례 되풀이해서 읽어도 새롭게 스며듭니다. 날마다 새롭게 자라나는 삶이기에, 같은 책만 끝없이 되읽어도 새로운 느낌과 꿈과 사랑을 받아먹습니다. 끼니마다 똑같다 싶은 밥상을 차려도 언제나 새롭게 먹는 밥인 만큼, 늘 새롭게 숟가락을 듭니다. 사랑이란, 늘 새로운 빛일 테지요.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