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질 것 같아
이모토 요코 지음, 변은숙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0

 


놀잇감은 일감이 됩니다
― 이모토 요코
 이모토 요코 글·그림
 문학동네 펴냄, 2002.10.20.

 


  어른들은 장난감을 만듭니다. 어른들은 장난감 가게를 엽니다.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장난감을 팝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내미는 장난감을 받아서 놉니다. 장난감을 받아서 노는 동무를 본 아이는 저도 장난감이 갖고 싶습니다. 아이를 제 어버이를 조릅니다. 아이들 어버이는 다른 아이들 장난감 때문에 또 장난감을 새로 사고 다시 삽니다. 장난감 만드는 어른은 자꾸자꾸 새 장난감을 만듭니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거든요.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장난감이 쏟아집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장난감을 깎거나 다듬으며 만들 줄 모릅니다. 어른들이 가게에 가서 돈을 치러야 장난감을 얻을 수 있는 줄 여깁니다.


  어른들이 돈을 들여 장만한 장난감을 받은 아이들은 마치 보배라도 되는 듯 여깁니다. 아이로서는 이 장난감이 재산입니다. 가끔 동무한테 빌려주며 함께 놀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혼자 놉니다. 그런데, 혼자 놀다가 지칩니다. 이윽고 새 장난감을 얻고 싶습니다. 집안 가득 장난감투성이인데, 자꾸 새 장난감을 바랍니다.


  손수 깎고 다듬어 만든 장난감이라면 질리거나 물리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뚝딱 하고 어른들이 돈으로 장만해서 내미는 장난감은 어른 손에서 아이 손으로 가는 때부터 질리거나 물립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내미는 장난감, 이 가운데에서 돈으로 장만한 플라스틱 장난감은 끝없이 새 장난감을 부릅니다.


.. 가만히 들여다보니 달팽이가 당근을 먹고 있었어요. 느릿느릿, 입으로 녹여 가며 천천히 천천히 ..  (6쪽)


  우리 아이들은 예부터 장난감이 따로 없었습니다. 장난을 치면서 손에 쥐는 장난감은 거의 안 가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예부터 놀잇감을 마련했습니다. 스스로 마련하든 어버이나 어른이 깎고 다듬어서 살며시 건네든, 우리 아이들은 먼먼 옛날부터 놀잇감을 마련하거나 얻었습니다.


  놀면서 손에 쥐기에 놀잇감입니다. 이와 달리, 어른들한테는 일감입니다. 일하면서 손에 쥐기에 일감일까요? 그렇기도 하고, 일할 거리가 일감이기도 합니다. 어른으로서는 풀뽑기도 일감이요 절구질도 일감입니다. 그러니, 호미로 풀을 캘 적에 일이 되면서 일감이요, 이 일과 일감이란 아이들한테는 놀이와 똑같아요.


  아이들이 어른 곁에서 흙을 호미로 쪼면 놀이입니다.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어른 둘레에서 절구질을 흉내내면 놀이일 뿐,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몸이 크고 키가 자라면서 놀이와 흉내에서 차츰 일로 거듭납니다. 절구나 다듬잇돌을 갖고 놀던 아이들이 어느새 절구와 다듬잇돌로 일을 합니다. 놀면서 노래하던 아이들이 일을 하면서 노래를 불러요.


  놀이노래는 시나브로 일노래로 거듭납니다. 놀이는 어느새 일로 다시 태어납니다. 아이들이 나무를 깎아 만들던 놀잇감은, 어느 때부터 나무를 깎아 만드는 지팡이가 되고 시렁이 되며 기둥이 됩니다. 나무를 켜거나 썰며 놀던 아이들이 나무를 깎고 다듬어 집을 짓습니다. 흙을 쪼고 풀을 뜯으며 놀던 아이들이 흙을 가꾸고 풀밥을 짓습니다.

 


.. 다음날 달팽이 새끼들은 초록똥을 쌌어요. 잎사귀색 똥을요 ..  (24쪽)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 《좋아질 것 같아》(문학동네,2002)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달팽이 두 마리를 선물로 받고는 당근을 슬며시 건넵니다. 아이는 당근을 안 좋아하나 봐요. 당근이 얼마나 맛난데, 이 아이는 당근을 왜 안 좋아할까요. 당근맛을 아직 모르기 때문일 테지요. 당근이 얼마나 대단한 줄 모르는 탓일 테지요.


  달팽이는 당근을 먹고는 당근똥을 눕니다. 달팽이는 배추를 먹었으면 배추똥을 눌 테지요. 사람도 똑같아요. 사람도 당근을 먹으면 당근똥을 누어요. 사람도 밥을 먹으면 밥똥을 누고, 불고기를 먹으면 불고기똥을 누어요. 과자를 먹은 사람은 과자똥을 누고, 술을 마신 어른은 술똥을 누어요.


  밥은 똥이 됩니다. 똥은 다시 밥이 됩니다. 놀이는 일이 됩니다. 일은 다시 놀이가 됩니다. 즐겁게 먹는 밥은 즐겁게 누는 똥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 좋은 거름이 되어요. 즐겁게 하던 놀이는 즐겁게 누리는 일이 되어, 놀이노래를 일노래로 삼고 일노래는 또 놀이노래처럼 여기면서 하루가 빛납니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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