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아 다시 만나기

 


  가을이 무르익는 십일월에 사루비아를 만난다. 지난해와 똑같은 자리에서 새삼스레 만난다. 우리 마을에는 사루비아꽃이 피는 집이 없지만, 이웃 호덕마을 끝자락에 있는 집에서 사루비아꽃이 핀다. 따로 꽃밭에서 피지 않는다. 고샅길과 시멘트담 사이에서 핀다. 예전에 이 고샅이 시멘트 아닌 흙길이었을 적에는 아주 홀가분하게 피고 졌을 텐데, 시멘트로 덮인 뒤에는 가까스로 숨통을 틔우면서 피리라 본다.


  사루비아꽃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이웃마을 끝자락 집 앞을 지나가지는 않았다. 저절로 이무렵에 이곳 앞을 지나갈 뿐이다. 사루비아꽃이 우리를 불렀을까. 우리가 사루비아꽃을 불렀을까.


  이웃마을과 우리 마을 모두 아이들이 넘치고 복닥거리던 때에는 사루비아꽃이 남아날 틈이, 아니 쉴 틈이 없었으리라. 아이들이 꽃술 톡 뽑아 쪽쪽 빨아대느라 사루비아 꽃밭 앞은 빨간 꽃술이 잔뜩 흩어졌으리라. 앞으로 이 시골마을 가을자락에 사루비아 꽃술 흩어진 모습 다시 드리울 수 있을까. 4347.1.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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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10 06:45   좋아요 0 | URL
십일월에도 사루비아꽃이 피는군요!
정말 어렸을 때 사루비아만 보면 꽃술 쪽쪽 빨아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달짝해서 자꾸 꽃술 빼먹었던~ 참 그러고보니 '사루비아'라는 이름의 과자도
생각 나네요. 기다랗고 검은 깨가 송송 뿌려져 있던~^
그런데, 논옆으로 콘크리트 기둥같은 것(?)들이 쭉 서 있네요?

숲노래 2014-01-10 07:56   좋아요 0 | URL
아, 전봇대랍니다 ^^;;
시골에는 전봇대를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박아요.
그리고 논둑 따라 선 전봇대에서
전기를 뽑아서 양수기를 돌려요~

hnine 2014-01-10 10:54   좋아요 0 | URL
깨꽃이라고도 하지요. 사루비아는 '샐비어'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 ^^

숲노래 2014-01-10 12:24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그런데 '깨'를 닮아 깨꽃이라고 하면
참깨꽃하고 들깨꽃하고 이름이 비슷한 셈이네요.
그렇다고 꿀풀이라는 이름도 있어 꿀꽃이라고도 할 수 없고.

새 이름을 슬기롭게 생각해 보아야겠네요...

후애(厚愛) 2014-01-10 13:01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적에 사루비아꽃만 보면 쪽쪽 빨아먹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숲노래 2014-01-10 13:47   좋아요 0 | URL
그곳에 약을 쳤는지 안 쳤는지 따지지도 않고
참 잘도 빨아서 먹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