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볼 사람은 알아볼 글쓰기

 


  모든 사람이 알아보도록 글을 쓰지 않는다. 내 글을 알아볼 사람만 알아보도록 글을 쓴다. 모든 사람이 알아차리도록 책을 쓰지 않는다. 내 책을 알아차릴 사람만 알아차리도록 책을 쓴다.


  마음이 있는 사람은 다 알아보기 마련이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마음이 있는 사람한테 들려줄 노래를 글로 쓴다. 사랑이 있는 사람과 나누고픈 웃음꽃을 책으로 쓴다.


  내가 어느 책 하나를 장만해서 읽는다고 할 적에는, 이 책을 쓴 사람 마음과 사랑을 함께 나눈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내가 어느 글 하나를 찾아서 읽는다고 할 때에는, 이 글을 쓴 사람 넋과 숨결을 어깨동무한다는 뜻이로구나 싶다.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는 이야기꽃이 핀다. 마음이 없는 자리에는 이야기가 없고 지식과 정보만 춤추다가 말다툼이나 말꼬리잡기가 이어진다. 마음으로 이야기를 속삭이는 곳에는 이야기잔치가 열린다. 마음이 없는 곳에는 이야기도 꿈도 사랑도 없이 차갑고 메마른 겉치레가 흐른다.


  모든 사람한테 읽히려는 글이란 있을까. 모든 사람한테 읽힐 수 있는 글이 있을까. 이원수 님 동시도, 권정생 님 동화도, 마음이 없는 사람한테는 가슴으로 젖어들지 못하는 책이 될 뿐이다. 최명희 님 문학도, 박경리 님 문학도, 사랑이 없는 사람한테는 가슴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책이 되고 만다. 4347.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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