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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이야기 ㅣ 과학은 내친구 5
야규 겐이치로 글 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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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05
발바닥으로 그리는 사랑과 꿈
― 발바닥 이야기
야규 겐이치로 글·그림
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7.1.30. 9500원
맨발로 다니면 재미있습니다. 바닷가 모래밭에서도, 바닷물에 첨벙 뛰어들 적에도 재미있습니다. 골짜기에 가서 동글동글한 돌을 밟으며 골짝물에 몸을 담글 적에도,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벗기고 첨벙첨벙 물장난을 할 적에도 재미있어요.
숲길을 맨발로 걸어도, 고샅길을 맨발로 다녀도, 밭이나 논에서 맨발로 돌아다녀도 재미있습니다.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싱그럽고, 발가락으로 건드리는 흙과 풀이 상큼해요.
맨발로 이불을 꾹꾹 눌러서 빨래할 적에도 재미있습니다. 맨발로 대청마루를 쿵쿵 걸어도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뿐 아니라 대청마루에서 콩콩 일부러 소리내며 뛰노는 까닭도, 콩콩 소리뿐 아니라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재미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요.
.. 이 책은 맨발로 읽어야 해 .. (1쪽)
한국말에 ‘양말’은 없었어요. 현대 서양문명이 들어오면서 비로소 ‘양말’이라는 낱말을 써요. 예전에는? 예전에 한겨레는 버선을 신었어요. 그런데 들이나 숲이나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버선도 따로 싣지 않았어요. 예부터 여느 시골사람은 누구나 맨발로 일했어요. 손으로 흙을 만지고, 발로 흙을 느꼈어요. 손으로 풀내음을 맡고, 발로 풀빛을 받아들였어요.
한겨레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살던 시골사람도 맨발로 일하며 살았어요. 영국이든 미국이든 독일이든 프랑스이든,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모두 맨발로 놀면서 자랐어요. 맨손으로 흙을 만지고 맨발로 흙을 밟았어요.
그렇지만 어느새 맨손이나 맨발로 살아가는 사람이 사라져요. 아이들도 맨손으로 흙을 만지지 못해요. 흙을 만지며 노는 아이들은 아주 드물어요. 흙이 있는 놀이터부터 사라지고, 흙이 있던 운동장도 사라져요. 아이들은 양말에 신으로 발을 감싸요. 손에 흙을 묻히지 않으니 손에서 흙내음이 나지 않아요. 손에서 흙내음이 나지 않으니, 몸이 흙빛하고 멀어져요. 지난날 사람들은 흙빛 손과 발이었고, 흙빛 얼굴과 몸이었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허여멀건 손과 발이요 얼굴과 몸이에요.
흙을 만지고 밟을 적에는 늘 햇볕을 먹어요. 손으로도 발로도 얼굴로도 몸으로도 늘 햇볕을 먹어요. 햇볕을 먹는 동안 바람을 마셔요. 손과 발과 얼굴과 몸 모두 햇볕하고 나란히 바람을 마시면서 튼튼해요. 바람을 마시는 사이 빗물을 들이켜지요. 냇물과 도랑물도 들이켜고요.
아이도 어른도 손빛은 흙빛이면서 햇빛이고 바람빛이요 물빛이었습니다. 아이와 어른은 모두 발빛은 흙빛으로 맑고 햇빛으로 환하며 바람빛으로 푸르고 물빛으로 맑았어요.
.. 발바닥으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어. 잔디 위. 발바닥이 따끔따끔. 기분이 좋아 .. (1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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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날마다 밥을 먹지만, 손수 흙을 일구어 나락을 거두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모내기나 풀베기나 가을걷이에 하루쯤 일손을 거드는 사람 또한 거의 없습니다. 일손을 거드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일손을 거들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습니다. 한 해에 하루나 이틀조차 말미를 내지 못해요. 시골에서 벼가 어떻게 자라고 배추가 어떻게 잎을 늘리는지 들여다보는 사람이 매우 드물어요. 한겨레는 김치를 먹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김치가 될 배추나 무를 손수 씨앗으로 심어서 거두는 사람은 아주 적어요.
어른부터 손으로 흙을 만지지 않아요. 아이들도 어른을 따라 손으로 흙을 만지지 않아요. 어른부터 맨발로 논밭을 드나들지 않아요. 아이들도 어른을 따라 맨발로 논밭을 드나들 일이 없어요.
맞벌이를 하거나 바깥일로 바쁜 어른들이니,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유치원이나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을 들락거려요. 아이들은 어버이와 함께 자라지 못하고, 아이들은 어버이와 나란히 흙내음을 맡지 않아요. 아이들은 어버이 살내음조차 맡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학습과 교육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씁니다.
.. 잘 걷는 사람일수록 대개 발허리가 넓고 다리도 튼튼해서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아 .. (27쪽)
야규 겐이치로 님 그림책 《발바닥 이야기》(한림출판사,2007)를 읽으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발바닥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 어른들 가운데 발바닥을 생각하거나 아끼는 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어른들은 으레 자가용을 몰아요. 자가용을 안 몰면 버스나 전철을 타요. 어른들 가운데 자전거로 일터를 오가는 이는 매우 드물어요. 어른들 가운데 두 다리로 걸어서 일터를 드나드는 이는 더더욱 드물어요.
어른들은 맨발로도 다니지 않아요. 어른들은 맨손으로도 일하지 않아요. 어른들은 스스로 손맛과 발맛을 느끼지 않아요. 아이들 또한 어른들한테서 손맛이나 발맛을 물려받지 못해요. 어른들이 가르치는 지식은 배우지만, 어른들한테서 삶이나 사랑이나 꿈은 이어받지 못해요.
잘 걷는 사람은 다리뿐 아니라 몸도 튼튼하겠지요. 발가락과 발바닥으로 흙냄새와 풀냄새와 해냄새와 바람냄새와 물냄새 맡을 줄 안다면, 손과 코와 살갗으로도 흙이랑 풀이랑 해랑 바람이랑 물이 베푸는 냄새를 살가이 받아들이겠지요.
꼭 발바닥만큼 삶을 읽으리라 느껴요. 참말 발바닥만큼 사랑을 나누리라 느껴요. 그예 발바닥만큼 꿈을 키우리라 느껴요.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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