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에 Historie 8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298

 


평화란, 전쟁이란, 삶이란
― 히스토리에 8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13.12.30.

 


  이와아키 히토시 님 만화책 《히스토리에》(서울문화사,2013) 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에우메네스 서기관’ 눈길로 그리는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는 어느덧 싸움터 한복판입니다. 한쪽은 싸움을 일으키려는 싸움이요, 다른 한쪽은 싸움을 막으면서도 새롭게 싸움을 일으키려는 싸움입니다. 저쪽에서 들어오는 싸움을 막아내면서 한동안 평화를 지킨다고 할 만하지만, 평화를 지키는 동안에도 저쪽을 찬찬히 노리면서 전쟁을 치르려고 군인을 키우고 전쟁무기를 만듭니다. 저쪽 또한 싸움을 마치며 한동안 평화로운 나날을 누리는 듯하지만, 언제나 군대와 전쟁무기를 잔뜩 갖추어 어느 나라로든 쳐들어가서 무언가 사로잡거나 빼앗거나 거머쥐려 합니다.


  전쟁을 벌여 이웃나라 사람을 노예로 사로잡아야 돈을 법니다. 돈을 벌면 이 돈으로 군인을 더 늘리고 전쟁무기를 더욱 갖춥니다. 돈을 벌어야 군대와 전쟁무기를 둔 도시를 먹여살립니다.


  사회 얼거리가 전쟁을 벌여야 굴러가도록 되었으니, 언제나 전쟁을 생각합니다. 젊거나 힘세다는 사내는 온통 전쟁터로 나가야 하니, 도시 사회를 이루는 곳에서 아이를 낳거나 돌보거나 가르치는 몫을 오직 가시내가 맡습니다.


  전쟁이 있어야 도시가 굴러갑니다. 전쟁을 해서 이겨야 도시가 살아납니다. 전쟁을 하지 않거나 전쟁에서 지면 도시는 무너집니다.


- “이 말 좀 빌려 갈게.” “왜? 어디 가려고?” “본영! 왕에게 진언 좀 하고 올게!” (33쪽)
- ‘스키타이 측의 강경한 자세. 비잔티온 앞바다에서의 마케도니아의 패전 사실을 알고 얕잡아보고 있는 것이 명명백백하다. 그렇다면 마케도니아의 왕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나뿐.’ “스키타이의 보물은 강건한 육체와 용기, 그리고 양질의 말뿐이라는군. 하면 어쩔 수 없지. 그것들을 챙겨 돌아가는 수밖에.” (110∼111쪽)

 


  지난날에는 이렇게 전쟁을 벌여 나라를 먹여살렸다고 한다면, 오늘날에는 서로 총칼을 들이대어 죽이는 짓은 애써 벌이지 않으나, 돈을 숫자놀음으로 툭탁거리면서 싸웁니다. 지난날에는 젊은 사내를 전쟁터로 끌여들였다면, 오늘날에는 젊은 사내와 가시내 모두 ‘숫자놀이 싸움터’로 끌여들입니다. 회사원과 공무원이 되도록 몰아붙입니다. 공장 노동자가 되도록 닦달합니다. 밥을 얻는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은 ‘최저 한도’로 맞춥니다. 적어도 ‘식량 주권’을 외칠 수 있어야, 돈으로 이웃나라에서 먹을거리를 사들일 적에 바가지를 덜 쓸 테니까요. 식량 주권이 없으면 이웃나라에서 먹을거리를 사들일 적에 엄청나게 바가지를 쓸 테니까요.


  조금만 생각해도 누구나 알 수 있어요. 오늘날 한국 사회는 시골사람 1%이고 도시사람 99%인데, 도시사람이 100%가 되면,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칠레나 미국이나 캐나다나 에스파냐나 호주에서 곡식과 고기와 열매를 값싸게 팔 까닭이 없어요. 안 팔 테지요. 석유값은 아주 싸지만 물값은 아주 비싼 중동 나라를 헤아리면 돼요. 물 한 잔을 퍽 비싼값 치러 사다 마셔야 하는 여러 유럽 나라를 떠올리면 돼요.


  이 나라에서는 아직 곡식이나 물이나 열매나 고기 값이 퍽 싸요. 왜냐하면, 시골사람이 1%는 남았거든요. 앞으로 이 1%마저 무너지면 도시사람은 돈을 더 악착같이 벌도록 톱니바퀴가 되어야 합니다. 이 1%조차 사라지면 도시사람은 돈을 엄청나게 벌어도 늘 조마조마한 채 살아야 합니다.


- “아테네군의 시민군과는 대조적으로 마케도니아군은 평소에도 훈련에 전념하는 직업군인. 백병전에 들어가면 아네테 측이 불리해져. 즉, 이게 바로 아네테군의 정공법인 거야.” (59쪽)
- “한쪽 노가 전부 다 부러졌어.” “응. 그 충격으로 선내에서 노 젓던 사람들도 많이 다쳤을 거야. 대단한 평화주의자인걸.” (75쪽)


  이와아키 히토시 님은 만화책 《히스토리에》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요. 전쟁터에서 머리를 빠르게 돌릴 줄 아는 ‘에우메네스 서기관’이라는 사람 위인전을 보여줄 생각일까요? 아마, 아닐 테지요. 위인전으로 그리려고 이 만화를 그릴 일은 없겠지요.


  평화롭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하나도 평화롭지 않은 문명 사회, 전쟁을 벌이지만 하나도 전쟁 같지 않은 문명 얼거리, 평화와 전쟁이 뒤죽박죽 얽힐 뿐 아니라, 이 틀이 사라지면 권력도 돈도 이름도 도시도 모두 사라지고 마는 흐름 들을 넌지시 보여준다고 느낍니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요. 우리 사회는 평화로운가요. 우리 사회는 참말 평화라고 할 만할까요. 우리 사회에 있는 엄청난 군대와 전쟁무기는 무엇일까요. 왜 군대를 두고 왜 전쟁무기를 자꾸 만들거나 사들일까요. 도시는 왜 스스로 먹을거리를 일구지 않으면서, 자꾸 이웃나라에서 돈을 들여 먹을거리를 사들일까요. 뜻있는 이들은 이웃나라에서 사들이는 먹을거리가 얼마나 농약이나 비료나 방부제나 항생제가 많이 깃드는가를 알 텐데, 막상 이런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도 도시에서 텃밭 일구기조차 거의 안 하고, 시골로 삶터를 옮길 생각을 품지 않습니다. 뜻없는 이들이야 권력자나 우두머리가 시키는 대로 휩쓸린다 하더라도, ‘뜻있는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은 아리송합니다.

 


- “내용은 이상입니다! 그럼 이만!” “잠깐! 지금 이거, 정말로 아탈로스 장군의 지시냐?” “네? 전 서기관 에우메네스! 워낙 긴급한 사태라 전령을 맡았습니다! 따지고 드는 건 적을 격퇴한 후에 얼마든지 하시죠!” “……. 미안하다.” (181∼183쪽)


  만화책에 나오는 ‘에우메네스 서기관’은 어떻게 해야 이녁 목숨을 건사할 수 있을까요. 이녁은 왜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도시로 나와서 전쟁터 한복판에 설까요. ‘평화주의자가 벌이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하나로 평화롭지 않은 전쟁놀이’와 맞서는 또다른 ‘평화로운 전쟁’을 하고 싶을까요. ‘평화로운 전쟁’을 끝내면 그야말로 평화로운 나날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평화를 생각할 때에 평화입니다. 사랑을 생각할 때에 사랑입니다. 평화를 생각하며 평화로이 살림을 꾸려야 비로소 평화입니다. 사랑을 생각하며 사랑으로 살아갈 때에 바야흐로 사랑을 나눕니다.


  전쟁을 생각하면 언제나 전쟁입니다. 도시사람 출퇴근은 전쟁이고, 도시사람 영업과 매출은 전쟁입니다. 도시사람 육아와 복지 또한 전쟁이요, 도시사람 교육과 문화마저 전쟁이에요. 모두 숫자놀음이면서 전쟁입니다. 전쟁 틈바구니에서 전쟁만 떠올리는 사람들한테 《히스토리에》는 어떤 이야기책이 될 만할까요.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