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38] 반짝반짝 물빛
― 푸르게 흐르는 물내음 맡자

 


  멧골짝부터 졸졸 내려오는 물은 마을빨래터를 거쳐 들판으로 줄줄 퍼집니다. 이 물줄기는 마을과 빨래터와 들을 적신 뒤 바다까지 고이 흐르겠지요. 우리 마을 뒤쪽으로 있는 천등산부터 흐르는 물줄기는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스며들어 이루어졌겠지요. 빗물은 뭍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아지랑이가 모여 이루어졌겠지요.


  우리들은 냇물과 빗물을 마십니다. 우리가 마신 물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바다로 퍼지면서 새로운 빗물이 되고 냇물이 됩니다. 지구별을 감도는 푸른 바람이 맑은 물줄기로 젖어듭니다. 물을 마시는 몸은 바람을 함께 마시면서, 지구별 숨결을 나란히 느끼는 셈입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마을빨래터로 물줄기가 흐릅니다. 한 해 내내 흐르는 마을빨래터 물줄기는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해요. 요즈음은 집집마다 물꼭지를 틀어 쓸 수 있도록 땅밑을 팠지만, 예전에는 한겨울에도 마을빨래터에 모여 기저귀를 빨고 동이에 물을 길었다고 해요. 들일을 할 적에는 마을빨래터까지 호스를 이어 물을 받기도 해요.


  소복소복 눈이 덮여도 졸졸 흐르는 물줄기이지만, 이곳에서 빨래를 하거나 물을 길어 쓰는 손길이 없다 보니, 겨울에도 물이끼 생깁니다. 한겨울에도 아이들과 마을빨래터 물이끼를 걷으러 나옵니다. 아이들은 물이끼 걷는 일을 씩씩하게 거든 뒤에 옷이 젖거나 말거나 물놀이를 합니다. 마당에서 둘이 놀다가 빨래터까지 달려가서 풍덩 뛰어들어 놀곤 합니다.


  겨울에 뛰어들면 춥지 않니? 그러나, 아이들은 걱정하지 않는 듯해요. 아니, 걱정할 일 없겠지요. 빨래터에 뛰어들어 온몸 적시며 놀다가 좀 춥다 싶으면 옷 갈아입혀 달라고 집으로 달려와요. 함께 물놀이를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끼리 물놀이를 즐겨요. 이렇게 물을 만지고 몸을 적시면서 차근차근 물내음을 깨닫고 물빛을 알아채겠지요. 반짝반짝 빛나는 물빛을 바라보면서 눈빛을 반짝반짝 밝힐 테지요. 싱그러운 바람을 마시고, 해맑은 물을 먹으면서, 하루를 씩씩하게 누리겠지요. 4346.12.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